18년 만에 닥친 불볕더위 속에서 폭염경고지수를 놓고 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케이웨더가 지난달부터 제공하는 ‘열사병 예방지수(WBGT)’에 대해 기상청이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내심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BGT는 기온·습도만으로 산출하는 열지수에다 복사열, 기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수치다. 미국에서 개발된 후 일본과 유럽 등에서 폭염지수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게 케이웨더 측 설명이다. WBGT 위험 기준은 5단계로 세분화해 단계별로 신체 보호를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기상청이 공식 제공하는 폭염지수는 ‘열지수’와 ‘불쾌지수’가 대표적이다. 기온과 습도를 고려해 더위의 정도를 지수화한 것이다. 기상청은 이를 토대로 폭염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했는데, 지난해부터 기온만을 기준으로 내는 것으로 변경했다. 폭염주의보는 최고기온이 33도, 폭염경보는 35도보다 높은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일 때 발령한다. 김영화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국민들이 느끼는 폭염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온’”이라며 “가장 단순한 지표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민간 기업인 케이웨더가 “기상청이 제공해온 지수들이 국민에게 필요한 폭염 행동 요령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주장하자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기상청 예보관은 “케이웨더가 관측장비도 없이 단순히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한 지표를 섣불리 내놓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WBGT 관측장비 구매를 위한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WBGT 띄우기’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기상 분석과 전망을 놓고 정부기관과 민간 업계가 논쟁을 벌이는 자체가 기상산업이 발전해 간다는 증거”라며 긍정적인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27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됐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최소한 다음달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