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스페셜]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바꾸는 건 사랑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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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를 다듬는 연금술사, ‘모범생’ 기자 임원기
<한국경제> 임원기 기자. IT업계에서 임 기자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죠. 그만큼 부지런하게 취재를 하러 뛰어 다녀서인데요. 그러다보니 임 기자와 약속 날짜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특기’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인터뷰를 이메일로 시작한지 보름여만인 25일에서야 짧게 조우했습니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되는 느낌었습니다. 게다가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하다니요. 망설여지고 서먹서먹하기까지 했는데요. 광파리(김광현) 기자는 인터뷰가 수월(?)했는데 임 기자하고는 자주 소통을 하지 못하다보니 그래서인지... 무엇을 물을까 운도 떼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나기 전에 마음 먹고 전화를 돌렸습니다. 누구냐 하면요. 임 기자가 최근에 펴낸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다소 철학적인 제목을 한 책에 나온 주인공들 즉, IT업계의 천재들에게 “임 기자한테 궁금한 것은?” 하고 여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을 비롯 대신 질문을 해주신 여러 CEO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서론이 긴 것은요, 임 기자가 ‘모범생’이라는 거 아닙니까. 요샛말로 하면 ‘엄친아’죠. <한국경제>에 입사를 함께 한 동기 기자 몇 명에게 “임 기자는 어떤 사람이요?”라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되돌아오는 말이 “스탠다드예요”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표준이다, 다시 말하면 흠 잡을 데 없다 이런 건데요. 아, 그러면 이게 재미있는 게 뭐가 나오겠습니까.
할 수 없어서 CEO들에게 대신 물어달라고 한 것입니다. 한데 CEO들도 임 기자에게 물어볼 말이 비슷하더라고요. 똑같은 스타일의 임 기자를 만났으니 오죽하겠습니까. 모범생 스타일에다가 매사에 철저하니 물을 것도 뻔했습니다. 몇 가지를 추리니 질문이 어려워지더라고요. 아, 그래도 묻기로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임원기 기자’ 인터뷰가 펑크가 날 상황이라 말이죠.
독자 여러분도 IT업계를 누비는 <한국경제> 임원기 기자를 잘 아신다면 저와 비슷한 상황, 느낌을 갖게 될 것인데요. 몇몇 입사동기 기자들이 그러더라고요. “집하고 신문사밖에 모른다” “재미(?)가 없는 기자다” “롤 모델이다” 점점 미궁에 빠질 뻔한 인터뷰를 바로 임 기자의 파트너들, 그러니까 IT업계의 CEO들이 대신 처리해준 셈이 됐죠.
지금부터 나올 임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은 그러니까 제가 입으로만 이야기한 거지, 내용은 한국에 내로라하는 IT업계의 CEO들의 머리를 빌린 겁니다. 감안하고 봐 주세요.
(최진순) 다른 기자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없을 때 연재기사를 쓰면서까지 몰두하게 된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임 기자는 도대체 왜 이 주제에 대해 쓰려고 하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 대해 쓰려고 하는 것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임원기) 2010년 2월에 처음 기획을 했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를 쓰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는데, 저에게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유아짱 사장인데, 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벤처 기업인들 얘기를 종종 이분과 나누곤 했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벤처기업 이야기를 써 보라고 하더군요. 그냥 벤처라고 하면 식상하니 스타트업 이야기에 집중해서 창업자들의 리얼한 스토리를 인터뷰를 통해 개재하면 재밌을 거라고 했습니다.
아마 불과 1년도 안돼 스타트업이 화두가 될 것이고 너나 할 것 없이 그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지금 시작하면 가장 앞설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더군요.
처음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러려니 무심코 흘려 들었는데, 벤처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재밌고 스토리가 풍성해서 꼭 기록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최) 기자로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네요. 사업가가 사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하듯이 임 기자는 기자의 삶이 어떻게 보였길래 기자를 꿈꾸고 기자가 돼서 취재를 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요?
(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좋기도 했구요. 물론 현실은 꼭 그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매일 매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뭐든지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봐도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의 제 삶은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관심을 갖는 사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고 앞으로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사안에 대해 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런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태어나서 살아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살아 오고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질문을 갖고 종교인의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부터 기자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기자의 길에 들어서서 제가 가졌던 이런 질문에 이만큼 적합한 직업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을 갖고 허망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에 대한 책을 언젠가 한 권 남기고 싶습니다.(이 대목에서 제가 끼어 들어 말하려다 말았습니다. “책 그만 남기면 안될까?”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부지런한 거도 남이 보면 민망합니다. 벌써 올해만 책 2권을 쓰다니요.ㅠㅠ)
(최) 2000년대 초반엔 IT분야가 꽤 성장할 땐 신문지면에 IT면도 생기고 붐이 일었는데 지금은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임 기자는 지금껏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갖게 됐는데요. 제가 보기에도 이만한 식견이나 비전을 갖고 있는 기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부서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 않은지, 부서 이동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임) 경제부에 석달 전에 왔는데,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T를 산업적으로만 바라보면서 한계가 많다고 느꼈었는데, 좀 더 큰 거시적인 관점의 경제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큰 틀에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고용이나 투자, 세금, 기업가 정신 등 다양한 분야로 시각을 넓힐 수 있어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임 기자의 전공이 종교학인줄 아는 데요. 종교학과 나온 사람치고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꽤 밝습니다. 물론 취재하면서 경험이 생겼겠지만 나름대로 깊이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IT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기자인데요. IT 분야에 따로 공부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임) 프로그램 언어를 잠깐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코딩을 할 정도는 아니구요. 너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 인터넷에서 강의 몇 개를 들었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접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좀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제외하면 그저 관련된 책이 나오면 꾸준히 읽는 정도입니다.
(최) 임 기자는 인생에서 모토로 삼고 있는 가치나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알려주세요.
(임) 사실 멘토는 없습니다. 16년 전에는 있었지만 돌아가시고 난 뒤 멘토가 없습니다. 거창하게 가치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너무 종교적인가요? 종교학과 출신이라 그런가봅니다.
(최) 임 기자는 스타트업 CEO들하고만 소통하는 건 아닌지요? 혹시 기사 댓글이나 블로그에서 댓글을 다는 일반 독자들하고 만나본 적이 있는지? SNS를 통한 소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임) 블로그는 2007년 5월에 시작했는데, 2008년까지는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일반 독자들이 연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만나 토론을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CEO들하고만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CEO가 아닌 일반 직원들을 만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빈도 수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SNS를 통해서도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SNS에서도 역시 CEO나 벤처기업 임원들과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에서의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썩 잘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대부분의 네트워크를 오프라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한 소통을 잘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생활과 자신의 견해를 짧게 짧게 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저에겐 SNS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SNS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짜투리 시간을 다음 글을 쓰기 위한 생각의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은 왠지 그 시간을 SNS를 하는데 투입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SNS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경지가 되고 싶습니다.
(최) 모바일 환경에서 생태계의 경제가 잘 작동하려면 어떤 부분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임)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떤 차원의 답변을 드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구요. 여러가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전화 통화나 대화였다면 몇 차레 추가적인 질문을 덧붙이고 싶은 질문입니다.
우선 가치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그것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올 때 모바일 생태계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네트워크 문제가 해결되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가 폭발하려면 인프라가 뒷받침이 되야 하는데 지금은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모바일에서의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모바일 브로드밴드라고 할 수 있는 LTE-Advanced가 시작되는 2013년이 계기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구도에서는 모바일 분야의 성장이 본격화되면 규제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재적 성격을 띄고 있는 통신망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어디까지 통제하고 모바일 발전을 위해선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와 이용, 망중립성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립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 <한국경제>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젊은 분들도 있고, 깊이 있는 기사를 볼 것들이 많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임 기자의 정치관은 무엇인지요? 독자들, 팬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합니다.
(임) 저는 스스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투표 때는 인물에 따라 보다 크게 좌우되는 부동층에 가깝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확실히 보수적인 논조를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그런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창의와 혁신이 강조되는 IT산업과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IT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기자로서 취재활동을 하고 기사를 쓰고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구요.
경제부와 와서 취재를 하다보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위기가 지나고 나면 경쟁의 판도가 재편된다“ 위기에 어떻게 하느냐가 위기 이후를 결정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좀 더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과 미래를 위해 더 투자한다면 더 가능성있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책 제목처럼 ”멀리 보고, 길을 잃지 마시길!“ 이건 저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 임원기 기자는 1974년 생으로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국민은행, 미래전략연구원을 거쳐 2002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로 입사했다. 2004년 12월 IT부로 옮긴 이후 줄곧 인터넷 업계를 취재하며 전문성을 넓혀 왔다. 최근 경제부로 옮겼다. 2007년부터 블로그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http://limwonki.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은 ‘@wonkiss’이다.
쓴 책으로는 <네이버, 성공신화의 비밀>, <스티브 잡스를 꿈꿔 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다룬 <어제를 버려라>(다산북스), 한국의 스타트업 CEO들의 메시지를 담은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다음생각) 등이 있다.
◆ [페이스북 스페셜]은 <한국경제>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서만 서비스되는 팬 페이지 전용 콘텐츠입니다. 소셜에디터 기자들이 실명을 걸고 페이스북 전용 콘텐츠를 별도로 생산하는 곳은 국내 언론사 중 <한국경제>가 유일합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팬 페이지(http://www.facebook.com/hankyungmedia)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소셜에디터 최진순, 김민성 기자
<한국경제> 임원기 기자. IT업계에서 임 기자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죠. 그만큼 부지런하게 취재를 하러 뛰어 다녀서인데요. 그러다보니 임 기자와 약속 날짜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것이 ‘특기’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인터뷰를 이메일로 시작한지 보름여만인 25일에서야 짧게 조우했습니다.
마치 견우와 직녀가 되는 느낌었습니다. 게다가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하다니요. 망설여지고 서먹서먹하기까지 했는데요. 광파리(김광현) 기자는 인터뷰가 수월(?)했는데 임 기자하고는 자주 소통을 하지 못하다보니 그래서인지... 무엇을 물을까 운도 떼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나기 전에 마음 먹고 전화를 돌렸습니다. 누구냐 하면요. 임 기자가 최근에 펴낸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다소 철학적인 제목을 한 책에 나온 주인공들 즉, IT업계의 천재들에게 “임 기자한테 궁금한 것은?” 하고 여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을 비롯 대신 질문을 해주신 여러 CEO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서론이 긴 것은요, 임 기자가 ‘모범생’이라는 거 아닙니까. 요샛말로 하면 ‘엄친아’죠. <한국경제>에 입사를 함께 한 동기 기자 몇 명에게 “임 기자는 어떤 사람이요?”라고 물었더니 한결같이 되돌아오는 말이 “스탠다드예요”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표준이다, 다시 말하면 흠 잡을 데 없다 이런 건데요. 아, 그러면 이게 재미있는 게 뭐가 나오겠습니까.
할 수 없어서 CEO들에게 대신 물어달라고 한 것입니다. 한데 CEO들도 임 기자에게 물어볼 말이 비슷하더라고요. 똑같은 스타일의 임 기자를 만났으니 오죽하겠습니까. 모범생 스타일에다가 매사에 철저하니 물을 것도 뻔했습니다. 몇 가지를 추리니 질문이 어려워지더라고요. 아, 그래도 묻기로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임원기 기자’ 인터뷰가 펑크가 날 상황이라 말이죠.
독자 여러분도 IT업계를 누비는 <한국경제> 임원기 기자를 잘 아신다면 저와 비슷한 상황, 느낌을 갖게 될 것인데요. 몇몇 입사동기 기자들이 그러더라고요. “집하고 신문사밖에 모른다” “재미(?)가 없는 기자다” “롤 모델이다” 점점 미궁에 빠질 뻔한 인터뷰를 바로 임 기자의 파트너들, 그러니까 IT업계의 CEO들이 대신 처리해준 셈이 됐죠.
지금부터 나올 임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은 그러니까 제가 입으로만 이야기한 거지, 내용은 한국에 내로라하는 IT업계의 CEO들의 머리를 빌린 겁니다. 감안하고 봐 주세요.
(최진순) 다른 기자들이 스타트업에 관심없을 때 연재기사를 쓰면서까지 몰두하게 된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임 기자는 도대체 왜 이 주제에 대해 쓰려고 하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 대해 쓰려고 하는 것일까 늘 궁금했습니다.
(임원기) 2010년 2월에 처음 기획을 했습니다. 당시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를 쓰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는데, 저에게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유아짱 사장인데, 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벤처 기업인들 얘기를 종종 이분과 나누곤 했습니다.
어느 날 저에게 벤처기업 이야기를 써 보라고 하더군요. 그냥 벤처라고 하면 식상하니 스타트업 이야기에 집중해서 창업자들의 리얼한 스토리를 인터뷰를 통해 개재하면 재밌을 거라고 했습니다.
아마 불과 1년도 안돼 스타트업이 화두가 될 것이고 너나 할 것 없이 그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지금 시작하면 가장 앞설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더군요.
처음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러려니 무심코 흘려 들었는데, 벤처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재밌고 스토리가 풍성해서 꼭 기록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최) 기자로서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네요. 사업가가 사업에 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하듯이 임 기자는 기자의 삶이 어떻게 보였길래 기자를 꿈꾸고 기자가 돼서 취재를 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요?
(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좋기도 했구요. 물론 현실은 꼭 그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매일 매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뭐든지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봐도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의 제 삶은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관심을 갖는 사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야기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반드시 이야기해야 하고 앞으로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사안에 대해 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런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태어나서 살아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에 대해 제 나름의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살아 오고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질문을 갖고 종교인의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도 처음부터 기자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기자의 길에 들어서서 제가 가졌던 이런 질문에 이만큼 적합한 직업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을 갖고 허망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에 대한 책을 언젠가 한 권 남기고 싶습니다.(이 대목에서 제가 끼어 들어 말하려다 말았습니다. “책 그만 남기면 안될까?”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부지런한 거도 남이 보면 민망합니다. 벌써 올해만 책 2권을 쓰다니요.ㅠㅠ)
(최) 2000년대 초반엔 IT분야가 꽤 성장할 땐 신문지면에 IT면도 생기고 붐이 일었는데 지금은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임 기자는 지금껏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갖게 됐는데요. 제가 보기에도 이만한 식견이나 비전을 갖고 있는 기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부서가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 않은지, 부서 이동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임) 경제부에 석달 전에 왔는데,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T를 산업적으로만 바라보면서 한계가 많다고 느꼈었는데, 좀 더 큰 거시적인 관점의 경제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큰 틀에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닌, 고용이나 투자, 세금, 기업가 정신 등 다양한 분야로 시각을 넓힐 수 있어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임 기자의 전공이 종교학인줄 아는 데요. 종교학과 나온 사람치고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꽤 밝습니다. 물론 취재하면서 경험이 생겼겠지만 나름대로 깊이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IT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기자인데요. IT 분야에 따로 공부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임) 프로그램 언어를 잠깐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코딩을 할 정도는 아니구요. 너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아 인터넷에서 강의 몇 개를 들었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접었지만 그래도 도움이 좀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을 제외하면 그저 관련된 책이 나오면 꾸준히 읽는 정도입니다.
(최) 임 기자는 인생에서 모토로 삼고 있는 가치나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알려주세요.
(임) 사실 멘토는 없습니다. 16년 전에는 있었지만 돌아가시고 난 뒤 멘토가 없습니다. 거창하게 가치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라는 것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너무 종교적인가요? 종교학과 출신이라 그런가봅니다.
(최) 임 기자는 스타트업 CEO들하고만 소통하는 건 아닌지요? 혹시 기사 댓글이나 블로그에서 댓글을 다는 일반 독자들하고 만나본 적이 있는지? SNS를 통한 소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임) 블로그는 2007년 5월에 시작했는데, 2008년까지는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일반 독자들이 연락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만나 토론을 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도 CEO들하고만 소통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CEO가 아닌 일반 직원들을 만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빈도 수에서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SNS를 통해서도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SNS에서도 역시 CEO나 벤처기업 임원들과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에서의 소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썩 잘하는 분야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대부분의 네트워크를 오프라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한 소통을 잘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생활과 자신의 견해를 짧게 짧게 올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저에겐 SNS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SNS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짜투리 시간을 다음 글을 쓰기 위한 생각의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직은 왠지 그 시간을 SNS를 하는데 투입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SNS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경지가 되고 싶습니다.
(최) 모바일 환경에서 생태계의 경제가 잘 작동하려면 어떤 부분이 선행되어야 할까요?
(임)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떤 차원의 답변을 드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구요. 여러가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전화 통화나 대화였다면 몇 차레 추가적인 질문을 덧붙이고 싶은 질문입니다.
우선 가치있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그것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올 때 모바일 생태계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네트워크 문제가 해결되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가 폭발하려면 인프라가 뒷받침이 되야 하는데 지금은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나 모바일에서의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물리적으로는 모바일 브로드밴드라고 할 수 있는 LTE-Advanced가 시작되는 2013년이 계기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구도에서는 모바일 분야의 성장이 본격화되면 규제 이슈가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재적 성격을 띄고 있는 통신망에 대해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통신사가 네트워크를 어디까지 통제하고 모바일 발전을 위해선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와 이용, 망중립성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립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 <한국경제>를 보수적이라고 보는 젊은 분들도 있고, 깊이 있는 기사를 볼 것들이 많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임 기자의 정치관은 무엇인지요? 독자들, 팬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합니다.
(임) 저는 스스로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투표 때는 인물에 따라 보다 크게 좌우되는 부동층에 가깝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확실히 보수적인 논조를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그런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보면 창의와 혁신이 강조되는 IT산업과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내에서 IT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도 기자로서 취재활동을 하고 기사를 쓰고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구요.
경제부와 와서 취재를 하다보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위기가 지나고 나면 경쟁의 판도가 재편된다“ 위기에 어떻게 하느냐가 위기 이후를 결정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좀 더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과 미래를 위해 더 투자한다면 더 가능성있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책 제목처럼 ”멀리 보고, 길을 잃지 마시길!“ 이건 저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 임원기 기자는 1974년 생으로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국민은행, 미래전략연구원을 거쳐 2002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로 입사했다. 2004년 12월 IT부로 옮긴 이후 줄곧 인터넷 업계를 취재하며 전문성을 넓혀 왔다. 최근 경제부로 옮겼다. 2007년부터 블로그 ‘임원기의 人터넷 人사이드(http://limwonki.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은 ‘@wonkiss’이다.
쓴 책으로는 <네이버, 성공신화의 비밀>, <스티브 잡스를 꿈꿔 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다룬 <어제를 버려라>(다산북스), 한국의 스타트업 CEO들의 메시지를 담은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다음생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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