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체험을 통해 과학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사진)은 과학 영재를 키우는 데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나라가 번창하려면 과학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을 실현하는 데 과학 꿈나무 육성이 밑거름이 된다는 신념에서다.

구 명예회장의 과학 꿈나무 사랑이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1987년 서울 여의도에 LG트윈타워를 준공하면서 사옥 안에 청소년 과학관을 지은 지 28일로 25주년이 되는 것.

국내 기업이 만든 최초의 과학관인 ‘LG사이언스홀’은 구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립중앙과학관 등 일부 과학관을 제외하면 과학 시설이 전무했다. 이때 LG트윈타워 서관 3층 전부를 할애해 전시면적 약 1520㎡(460평)에 달하는 전시실을 갖춘 과학관 ‘연암사이언스홀’을 설립했다. 그는 “아이들이 근본이고 미래의 주인공”이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과학관을 만들고 아이들이 직접 작동하면서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물을 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명예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옛 LG화학 공장 부지인 부산 진구 연지동에 ‘부산 LG사이언스홀’을 만들도록 했다. 첨단 과학 교육을 받기 어려운 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배려였다.

구 명예회장은 과학관을 세우면서 “아이들이 과학관에 와서 절대 돈을 쓰지 않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뜻에 따라 LG사이언스홀은 25년간 무료 입장 원칙을 지켜왔다. 매년 70억~80억원씩 총 1500억원을 투자해 과학관을 매번 새롭게 꾸몄다. 과학 발전에 따라 전시물을 수시로 교체한 덕에 개관 후 515만명이 다녀갔다. 25년간 하루 평균 700여명이 방문한 셈이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단체 방문도 10만회에 이르는 등 ‘과학교육 현장학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의 과학 사랑은 발명 특허 분야로도 이어졌다. 그는 1979~1988년까지 10년간 한국발명특허협회 회장직을 맡으며 ‘대한민국 학생발명전’ 등을 만들어 과학 영재 육성에 힘썼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LG는 2007년 과학기술진흥 국민포장을 수상한 데 이어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는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대상 ‘어린이 과학관·박물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LG사이언스홀은 2001년에는 서울시교육청 ‘현장학습체험기관’으로 지정돼 많은 초등학교의 현장학습 체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2년엔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LG사이언스홀 관람기가 수록됐고 올해엔 국내 과학관으로 유일하게 교육과학부 지정 ‘교육기부기관’으로 선정됐다.

LG 관계자는 “LG사이언스홀이 ‘청소년 과학 교육의 메카’ 역할을 하면서 사회공헌 모델로 자리잡았다”며 “기업과학관 아이템을 중국 하이얼그룹에 수출해 하이얼그룹의 ‘하이테크 사이언스홀’ 건립을 지원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의 과학교육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