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1분기(0.9%)의 절반에도 못 미친 2분기 (0.4%) 증가률에 대해 ‘쇼크’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도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상저하저(上低下低)의 흐름 속에 ‘L자형 저성장’ 진입을 예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GDP 쇼크’

지난 4월 한은은 올 경제 전망에서 2분기 0.8% 안팎의 성장을 예상했다. 1분기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에서 선방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5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와 스페인 디폴트(부도) 가능성으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13일에는 2분기에 0.5% 정도 성장을 예상했지만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낮아졌다.

한은은 0.1%포인트는 전망부분 오차로 봐야 한다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 3.0%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가 안 좋다는 건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나빴다”며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예상보다 낮은 수치에 놀라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친 작년 4분기를 보는 것 같다”며 “실제 경제 위기 측면보다는 심리적인 불안이 더 큰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내수 둔화, 수출 감소

2분기 GDP 악화의 가장 큰 이유는 수출과 설비투자 감소 때문이다. 2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10.5%) 성장에서 감소세로 전환된 것이다. 수출은 GDP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인 것도 영향이 컸다. 1분기 10.3% 증가에서 6.4% 감소로 돌아서면서 2009년 1분기(-9.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비 교체 수요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대부분 투자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인 민간소비도 전기(1.0%)의 절반인 0.5% 증가에 그쳤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세계 경제가 비포장도로에 들어왔다”며 “작년 4분기에 가장 큰 웅덩이에 빠졌다가 2분기엔 스페인 위기라는 또 다른 웅덩이에 빠졌다”고 비유했다.

◆시장은 2%대 성장 기정사실화

이런 추세라면 연간 3%대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반기 GDP 증가율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3.3% 성장을 해야 3.0%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임지원 JP모간 전무는 “중국 경기부양 효과를 감안해도 하반기 2.7% 성장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3.0%)이나 정부(3.3%)의 올해 성장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다.

신민영 경제연구실장도 “상저하저의 흐름 속에 올 성장률은 2%대 중후반 정도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존 위기 상황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284억1700만달러)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유로존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은 내수 회복의 복병”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임원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