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겐이치(渡部賢一) 일본 노무라홀딩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공개 투자정보 유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나가이 고지(永井浩二) 노무라증권 사장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노무라홀딩스는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2010년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도쿄전력, 국제석유개발 등의 증자와 관련해 주관사를 맡았다. 문제는 비밀로 해야 할 증자 정보가 시장에 흘러나간 것. 노무라증권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증자 내용을 기관투자가들에 알려줬기 때문이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의 조사 결과, 노무라증권은 미공개 공모증자 정보를 상시적으로 유출하는 등 내부자 거래가 빈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와타나베 CEO는 이런 사실이 밝혀진 뒤 자신의 급여를 6개월간 50% 삭감하고 주식 관련 부서의 업무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의 조치만 취했다. 미봉책으로 사임 압력을 피하려 했던 것.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도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공개 정보 누출 사건이 터진 후 대형 기업공개나 지분매각 관련 주관사에서 노무라증권이 잇따라 제외되는 등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와타나베 CEO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정부가 일본담배산업(JT) 매각 주관사에서 배제됐고, 9월로 예정된 일본항공 재상장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일본정책투자은행도 9월 말 실시할 30년 만기 회사채 발행 주관사에서 노무라증권을 빼기로 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 것도 와타나베 CEO의 퇴진을 부추긴 요인이다. 무디스는 최근 “노무라증권의 이번 정보 유출 사건이 회사 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