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을 끼고 있는 17번 국도에서 전남 곡성군 하한리를 거쳐 산길로 십여리를 올라가면 사방이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마을이 나타난다. 해발 753m 봉두산 아래 깊은 산속에 위치한 하늘나리마을이다. 멀리서 보면 산속의 마을 모습이 마치 하늘 아래서 하늘하늘 흔들거리는 하늘나리꽃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랑이 논 가득한 골짜기 마을

임진왜란 당시 경주 정씨가 피난 중 골짜기가 깊고 산세가 높지만 항상 맑은 물이 흘러 농사짓기에 알맞다며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마을 안에는 기름진 토지가 있다. 특히 마을이 계곡 입구로부터 1.5㎞ 떨어져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점 때문에 전쟁의 피해를 비켜갈 수 있었다.

골짜기에 다랑이 논(산비탈을 깎아 만든 논)이 많다고 해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옷한베미’라 불렀다. 워낙 외진 곳이라 골짜기 마을이 많은 곡성의 마을 중에서도 ‘골짜기 마을’로 통할 정도다. 작은 골짜기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산에는 고로쇠나무가 자생한다. 이른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행정구역상 명칭은 ‘상한(上汗)리’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사는 마을이란 뜻이 담겨 있다. 높고 낮은 산자락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사방이 산이지만 태아를 잉태한 어머니의 몸 안처럼 태고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나무 골짜기와 봉황새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봉두산에 접해 있어 봉화의 신비로움과 섬진강의 여유로움을 모두 안고 있다.

○2004년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선정

2004년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선정된 이 마을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마을 사람들의 후한 인심, 이색적인 체험 프로그램, 민박 운영 등으로 주목받았다. ‘꿀처럼 달콤하고 하늘처럼 깨끗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한 끼에 15~18가지 각종 산나물 등이 반찬으로 오르는 시골밥상은 마을 사람들의 정성과 인심을 느끼게 한다. 입소문을 타 방문객이 늘면서 20여가구에 불과했던 조그마한 산골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농촌체험 전국 명소로 부상하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시골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관계자는 “벌집의 부산물인 밀랍초로 양초를 만들어 불을 밝히고 개구리 소리를 들어가며 논길 밭길을 걷는 농촌체험은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다.

2009년에는 이 마을이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해 마을조성기금 3000만원을 받아 체험시설 등을 확충하기도 했다.

하늘나리마을은 산골마을의 깨끗한 자연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봄에는 쑥나물캐기, 매실따기가 열리고 여름에는 수영, 다슬기·가재잡기를 할 수 있다. 가을에는 밤줍기, 감따기와 겨울에는 고구마 구워먹기, 썰매타기 체험 등이 진행된다.

연중 체험으로는 인절미·밀랍초 만들기 체험, 달걀줍기 체험 등이 있다. 우렁이 방사, 모내기, 벼베기 등 친환경 농업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근처 유명 계곡도 자랑거리

주변 볼거리도 풍부하다. 유명 사찰인 태안사, 도림사와 이들 근처 계곡은 한여름 인기 피서지 중 하나다. 태안사 계곡은 보성강의 아기자기한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계곡으로 유명하다. 또 태안사 입구에서 절까지 걸어가는 2㎞쯤 되는 계곡길은 여느 계곡길보다 짧지만 연이은 탄성을 자아낸다. 도림사 계곡은 주변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반석들이 있어 예로부터 풍류객들의 발길이 잦았다. 이곳 9개의 반석에는 선현들의 문구가 새겨져 있어 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반석 위로 흐르는 계곡 물에 몸을 담그는 맛도 색다르다.

도림사는 이 지역 유명한 고찰 중 하나다. 곡성읍에서 서남쪽으로 4㎞ 떨어진 동악산 줄기인 형제봉(성출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원효대사가 화엄사로부터 이주해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 1004종의 장미공원, 철길을 달리는 자전거 레일바이크, 천문대, 압록유원지와 조태일 시문학관 등도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힌다. 하늘나리마을 일대는 1박2일로 전남 석곡에서 들어와 순천으로 나가는 코스와 광주에서 순천, 순천에서 남원으로 나가는 코스가 있다. 관광 코스는 이 마을 홈페이지(www.nari350.com)를 보면 된다.

지역축제로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열리는 어린이 한마당축제가 5월5~6일 펼쳐진다. 기적을 울리며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어린이들에게 잊지 못한 추억을 선사한다. 심청이의 고향인 곡성에서는 심청효문화축제가 10월5~7일 열린다.

먹거리로는 마을과 주변 산에서 나는 식재료로 만든 시골밥상, 산채비빔밥, 능이버섯닭백숙, 장뇌삼 백숙, 고로쇠 수액 등이 있다. 마을 특산품으로는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쌀과 다양한 자연산 버섯, 대봉시와 단감, 그리고 몸의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고로쇠 수액이 있다.

찾아 가는 길

서울 방면에서는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수IC로 나와서 남원을 경유해 곡성, 압록유원지를 지나 오면 된다. 광주 방면에서는 호남고속도로 곡성IC에서 나와 지방도 60번을 따라 곡성, 압록유원지를 지나면 나타난다.

예약은 마을 사무장인 강병현 씨(010-9038-8341)에게 하면 된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nari350.com)를 참고.

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