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상대촌마을, 복숭아 따며 가족 추억 만들고…아이들 역사공부까지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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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테이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차령산맥의 중심부에 충북 충주시 앙성면 지당리 상대촌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지쟁이마을’이라고도 한다. 마을의 옛 이름인 지장리의 사투리 발음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마을은 지리적으로 오갑산, 국망산, 송대산, 원통산에 사방이 둘러싸인 산간분지형이다. 한반도의 중심에 있다 보니 시대마다 얽힌 이야기도 많다. 삼한시대에는 마한땅이었지만 삼국시대에는 각국의 영토쟁탈전이 치열했다. 고구려가 차지했을 당시 세운 중원고구려비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고구려비로 국보 제205호로 지정됐다. 농촌에서의 전원생활을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역사공부도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상대촌마을의 매력이다.
◆명성황후의 흔적이 있는 곳
이마을 동쪽에는 원래 금방산(金傍山)이라 불리던 산이 있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신식 군대와 구식 군대 간 차별에 불만이던 구식 군인들이 1882년 임오군란을 일으켰다. 당시 명성황후는 한양에서 상대촌마을로 피신을 왔다. 그때 명성황후가 금방산 마루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상황이 진정됐다는 소식이 오기를 초조해 하며 기다렸다고 한다. 조선의 왕비가 나라의 안정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고 해서 그때부터 산 이름이 금방산(金傍山)에서 국망산(國望山)으로 바뀌었다.
국망산 등산로도 유명하다. 국망산 산행 코스는 △노은면 안락동 코스 △신흥동 코스 △앙성면 진달래 공원묘원 코스 △양지말 코스 △하남고개 코스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찾는 코스가 하남고개 코스다. 비교적 등산로가 잘 돼 있고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충주시 앙성면에서 노은면으로 가는 599번 도로 고개 정상(하남고개 해발 340m)에서 출발한다. 고개를 기점으로 동쪽으로는 보련산이 마주보고 있다.
상대촌마을은 물줄기가 남서쪽에서 동북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특이한 곳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이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흐르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역수(逆水)의 기가 흐른다고 해서 기운이 남다른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태실(갓 태어난 왕자들의 태를 묻어두는 곳)을 두었다.
◆사계절 체험 프로그램 마련
상대촌마을은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봄에는 복숭아 과수원과 사과 과수원에 마련된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복숭아꽃과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에서 맡는 과일향이 좋다. 여름에는 농촌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고추와 고구마, 땅콩 등을 직접 심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봄에 걸었던 복숭아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볼 수도 있다.
가을에는 벼 사이로 뛰어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며 어릴 적 추억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엔 얼음낚시가 제맛이다. 상대촌마을에 있는 복성저수지는 정부에서 1975년과 1982년에 각각 잉어를 방류했다. 붕어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급수에 가까운 수질에 물고기도 많아 낚시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낚시터다. 어른들이 얼음낚시에 집중한 사이 아이들이 지루해 한다면 언 저수지 위에서 팽이치기와 썰매타기를 해도 재밌다.
상대촌마을에서 농촌체험만으로 아쉬움이 있다면 충주전통문화회 주관으로 10년째 이어온 충주관광문화 유적 투어에 참가해볼 만하다. 오는 11월까지 계속되는 코스에는 충주조정체험학교와 곰취나물 채취, 상대촌마을 농촌 체험, 엄정도자기마을 도자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사전예약을 해야하며 투어 버스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충주시청 앞 분수대에서 출발한다.
농촌체험으로 몸이 피곤해졌다면 탄산온천을 즐길 만하다. 상대촌마을 인근에 있는 ‘앙성온천지구’에서 나오는 탄산온천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특히 고혈압에 좋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단호박 영양밥이 유명
상대촌마을 특산품인 단호박을 이용한 단호박 영양밥, 토종 청국장은 추천 먹거리다. 단호박은 특히 오랜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가장들에게 적극 추천해야 할 음식이다.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와 야근 등으로 간 상태가 나쁜 사람의 경우 비타민A가 결핍되기 쉬운데 단호박의 대표적 영양 성분이 비타민A의 일종인 베타카로틴이다. 단호박은 약해진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40대 이상 남성일 경우 더 적극적으로 먹어야 한다.
이 밖에 산나물비빔밥과 손두부 산초기름 부침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메뉴다. 주민이 생산한 단호박과 사과, 복숭아, 고구마 등 각종 농산물을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복숭아병조림도 지역 특산물이다.지난 4월에는 충북농협이 여성단체협의회와 고향주부모임 회원 100여명과 함께 상대촌마을에서 ‘식사랑 농사랑 과정’ 연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손두부·인절미 만들기, 봄나물 캐기, 친환경쌈채류 재배농장 견학 등의 연수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찾아 가는 길
중부고속도로로 내려가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탄 뒤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에서 국도 28번로 갈아타고 양성-지당 방면으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 이용시 충주에서 상대촌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하루에 두 번 오전·오후 7시에 다니고,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예약은 홈페이지(www.sdchon.com)나 전화로 할 수 있다. (043)855-294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