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애플 쇼크란 ‘원투 펀치’를 맞고 고꾸라졌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정보기술(IT) 업계의 리더인 애플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는 소식에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하던 1780선이 무너지며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모든 악재가 노출된 만큼 더 이상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유럽 위기 확산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만큼 1700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코스피지수

코스피지수는 25일 24.62포인트(1.37%) 떨어진 1769.31로 마감했다. 이는 1766.44를 기록한 작년 10월10일 이후 최저치(종가 기준)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심리적 지지선인 1780선 밑으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780은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해당하는 수치로, 코스피지수가 이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1780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 5~6월에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견고했던 1780선을 무너뜨린 악재는 해외에서 날아들었다.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인 연 7.62%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스페인이 연 7%가 넘는 국채 금리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3분기(4~6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각각 372억달러와 10.3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성적표에는 350억달러와 9.32달러가 찍혀 있었다. 애플이 발표한 4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7.65달러) 역시 전문가들의 예측(10.22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IT 대장주의 부진은 삼성전자(-1.03%)를 비롯한 국내 주요 IT 기업까지 넘어뜨렸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라이콤(-8.19%) 실리콘웍스(-5.51%) 인터플렉스(-5.34%) LG디스플레이(-4.75%) LG이노텍(-4.57%) 삼성전기(-3.05%)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실적 부진이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켜 IT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른다” vs “더 떨어진다”

유력한 지지선이던 1780이 무너지자 여의도 증권가는 그 다음 저점을 찾아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오 연구위원은 이날 코스피지수가 새로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위원은 “이미 증시에선 ‘스페인이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고, 주가에도 대부분 반영됐다”며 “코스피지수가 PBR 1배 밑으로 내려간 만큼 이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760과 1730이 1, 2차 저지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팀장은 “다음달 중 유럽 위기에 대한 해법이 도출되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완만한 형태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미국 중국이 지지부진한 데다 국내 기업들이 향후 견조한 이익을 낼 것이란 믿음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주가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1750이 1차 지지선이 되겠지만 이마저 뚫린다면 다음 지지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유럽 위기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중국과 내수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면 100포인트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중기 저점으로 1700을 꼽았다.

오상헌/임근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