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SBS ‘힐링캠프’ 출연이 계기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도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 “정치인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이제 ‘이벤트’를 넘어 중요한 정치 행위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인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 후보는 지난 1월 ‘힐링캠프’ 출연 직후 지지율(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기준)이 8.7%에서 14.6%로 5.9%포인트 상승했다. ‘안철수 돌풍’의 시발점이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 출연(2009년 6월)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문 후보는 특전사 시절과 커닝 술 담배 때문에 정학을 당하기도 했던 학창시절 이야기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박 후보 역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윤희웅 한국사회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 대부분이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는 심정적으로 무장 해제를 한다”며 “정치인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의 잇단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정치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에 매달리게 한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대권 주자라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 평가받아야 하는데, 정치인이 이미지에 집착하게 되면 이 같은 정치의 본질이 외면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자체가 이미지 중심으로 흐르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되는 현상이 문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TV토론회나 인터뷰처럼 정치인의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형평성 시비도 붙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권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인사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특혜이고 공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도병욱/이현진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