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증거인멸' 재판서 변호인-검사 신경전
檢, 최종석 전 靑행정관에 징역 2년 구형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종석(42)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사 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부(심우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 전 행정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2010년 불법사찰 1차 수사 당시 검찰이 이미 최종석·이영호 피고인의 연루 사실을 알았으면서 이제 와서 (이를) 비난, 기소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에 제대로 기소됐으면 3개월 이상 재수사하는 인력 낭비도 없었을 것"이라며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 이후 피고인(최종석)이 스스로 귀국해 수사에 협조한 뒤 (검찰이) 엄청난 수사를 했지만 추가 기소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검찰 측이 "공개재판에서 변호인이 사실이 아닌 얘기를 했다"며 여러 차례 발언 기회를 요청했으나, 재판장은 "최후변론을 마친 상황에서 추가 발언은 적절치 않으니 서면으로 제출하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판에 참여한 검사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법정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변호인이 거짓을 말했다.

당시 수사에서 관련자가 부인하면서 나오지 않은 부분인데 일부러 안 했다고 하면 어찌하나.

발언을 철회하라"고 계속 따졌고, 이에 변호인은 "표현이 잘못됐다.

사과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앞서 검찰은 "하드디스크 파기를 직접 지시해 가담 정도가 중하고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러 국가의 사법작용을 저해했다"며 최 전 행정관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바랄 뿐이다"라면서도 "이영호(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지시를 거절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점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전 행정관 측은 "피고인의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자손으로서 도리를 다하게 해달라"며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진경락(45) 전 총리실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39)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불법사찰 관련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히 손상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