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강원지사(48·사진)가 정치권 입문 이후 최고로 관심을 둔 부분은 국가발전 전략. 국회의원 시절(2004~2010년) “정치의 시대를 접고 경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상당기간 산업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한 것은 이 같은 뜻에서다.

그런 그가 ‘신 열하일기’를 들고 나왔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의 집체학습(집단학습) 강사인 차세대 지도자 17명과의 대담 내용을 엮은 ‘중국에게 묻다-21세기 초강대국의 DNA’를 최근 출간한 것이다. 역시 국가발전 전략이 큰 줄기를 이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우(右)광재’로 불렸던 그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로 당선됐으나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지난해 1월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중국 칭화대에서 방문학자로 1년2개월째 유학하고 있다가 책 출간을 위해 잠시 귀국한 이 전 지사와 22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공존 정치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장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지사는 러시아 일본 차기 지도부와의 대담집을 통해 동북아·한반도 미래를 구상해 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연말에 러시아, 내년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거대한 개방형 경제로 가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 전 지사는 “관계장관회의를 하다 보면 사안마다 부처 이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었다”며 “콘텐츠 사업을 한다니까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서로 한다고 싸움을 하더라”고 회고했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공부하는 집체학습을 통해 공동의 생각을 갖고 국가전략을 구상한다”며 “이게 바로 중국식 공존정치”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를 하다 보면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기본에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어느 한쪽이 정권을 잡으면 10 대 0으로 독식하니까 매일 싸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공존정치를 배울 때”라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그러면서 성장과 개방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는 잘했다. 그러나 독재는 싫다’는 게 국민의 평가”라며 “(정치도) 이런 역사의 공과를 존중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거대한 개방경제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강력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한·미 FTA 폐기론에 대해 “필요하면 재협상을 해야지 폐기한다는 것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진보 보수를 떠나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 전 지사는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장과 조화를 내세웠다. 그는 “복지를 할 때 성장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는 복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게 필요하다”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성장 어떻게 이룰지 답해야”

이 전 지사는 대선과 관련, “중도층 30%를 움직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며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을 어떻게 이룰지’ ‘복지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보육·교육을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 답을 주는 사람이 표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복지 경쟁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큼 복지를 하려면 예산을 100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며 “표 깎일까봐 증세 얘기를 못하지만 용기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친노의 정치세력화는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은 유명을 달리한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리더의 자질로 창의성을 꼽았다. 이 전 지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자기완결성과 논리의 정합성이 있다”며 “젊고 창의적인 리더로 우리 시대의 좋은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