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현대차 팔고 기아차 사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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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종서 사고 팔고 롱쇼트전략과 유사한 패턴
헤지펀드 세력이 주도한 듯
불확실성에 '편식' 탈피…업종 다양한 '잡식성' 변신
헤지펀드 세력이 주도한 듯
불확실성에 '편식' 탈피…업종 다양한 '잡식성' 변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9, 20일 이틀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발표하고,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들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국인의 매매 패턴은 실적이 좋은 업종의 블루칩을 주로 사들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정보기술(IT) 자동차 금융 철강 게임 등 다양한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어떤 종목은 사고 어떤 종목은 파는, 마치 헤지펀드의 ‘롱쇼트전략’과 비슷한 매매 행태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입맛은 ‘잡식성’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 20일 이틀간 270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외국인이 추세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기간에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과 순매도 종목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반도체 업종에선 삼성전자를 1931억원어치 사들인 반면 SK하이닉스를 16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자동차 업종에선 기아차(573억원)를 사고 현대차(389억원)를 팔았다. 금융업종에선 KB금융(205억원)을 사는 대신 신한지주(88억원)를 매도했다. 철강(포스코 순매수, 현대제철 순매도) 등도 마찬가지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다양한 업종에 대해서 매수 포지션과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던 지난 1월의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중공업(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화학(LG화학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금융(KB금융 신한지주) 등 3개 업종이 주를 이뤘다.
◆향후 경기 확신 아직 부족한 듯
외국인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아직 경기 상황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즘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일부 종목을 선별적으로 사들인다는 건 증시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같은 업종 내에서도 조금이라도 실적이 좋아보이는 종목은 사고,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종목은 파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치)의 한 달간 변화를 살펴보면 외국인이 순매수한 삼성중공업은 0.89% 상향 조정됐다. 반면 외국인이 순매도한 현대중공업은 17.28% 하향 조정됐다.
◆헤지펀드가 주 매수세력?
일부에서는 최근 주식을 매수하는 외국인 대부분이 ‘롱쇼트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용배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대표는 “세계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의 70%는 롱 온리(주식 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뮤추얼펀드들이고 나머지 30%는 헤지펀드”라며 “최근 뮤추얼펀드 대부분은 관망세를 취하고 있고 헤지펀드들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때 헤지펀드들은 한 업종 내에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종목은 사고,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을 공매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주식을 사는 외국인이 주로 헤지펀드라면 외국인이 주로 사는 종목을 추종 매매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윤/임근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