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 송금철 송학조경 대표

남원시청 앞마당에서 취재진과 만나기로 한 송금철 송학조경 대표는 은색 신형 5시리즈를 타고 나타났다. 그의 나무들은 남원 일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일단 시청에서 만난 뒤 이동하기로 했다. 나무를 심는 땅은 굳이 논이나 밭처럼 잘 개간된 대규모의 평지일 필요는 없다. 이동 거리가 매우 길지 않다면 여기저기 널린 자투리땅을 활용할 수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이 매입한 토지도 있고 임차한 토지도 있다. “시골이라 임차가 쉽습니다. 원래 노는 땅도 많고, 또 노인들밖에 없으니 힘들어 농사를 포기해 노는 땅도 많습니다.” 송 대표에 따르면 3300㎡(1000평) 정도의 땅의 1년 임차료는 75만 원이다. 한적한 시골이니 땅값이나 임차료가 저렴할 수밖에 없다. 나무 농사를 전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굳이 수도권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송 대표는 필요한 땅이 있으면 사기도 하고 또 나무 ‘농사’를 위해 땅이 필요하면 싼 땅을 여기저기 임차해 조금씩 규모를 넓혔다.

시청에서 차로 10여 분 이동하자 도로 옆에 나무와 풀이 무성한 땅이 나왔다. 언뜻 봐서는 동네 뒷산 등산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풀처럼 보인다. 10m 정도 크기의 소나무 대여섯 그루에 밧줄을 묶어 놓은 것이 인공적으로 키운 나무라는 것을 알게 할 정도다. 농장이라고 해서 과수원처럼 똑같은 크기와 종류의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심은 것을 상상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일정한 간격으로 심는 것은 씨를 뿌리고 제초를 하고 과실을 따기 위한 작업의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는 ‘그냥’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굳이 인간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길을 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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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땅 활용해 임차료 저렴

또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은 것도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처럼 보이는 이유다. 조경을 할 때는 한 종류의 나무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류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송 대표의 농장은 나무뿐만 아니라 각종 풀들과 심지어 야생화까지 피어 있었다. 이런 ‘잡초’들은 제거의 대상인데, 그에 따르면 1년에 최소 2회, 최대 4회 정도만 풀을 뽑아 주면 된다. 산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들이 풀 때문에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듯 농작물처럼 제초를 자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물론 더 자주 하면 좋겠지만, 인부를 부르는 비용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연 2~4회가 적정 수준이다. 나무를 심을 때, 풀을 제거할 때만 인부를 부르면 되므로 혼자서도 나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혼자서 키우기에 적당한 규모는 3300㎡(1000평)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 공무원이나 경찰들도 나무를 많이 심습니다.” 그다지 품이 많이 들지 않다 보니 이 지역에서는 부업으로 나무 농사가 인기다. 굳이 ‘공무원’을 언급한 것은 시골이다 보니 주민들 대부분이 농부 아니면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시간적인 여유와 흔하게 널린 유휴지 때문에 나무가 짭짤한 재테크로 자리 잡기 좋은 조건이다.

1957년생인 송 대표는 서울에서 스포츠 용품 회사에 다니다 1993년에 남원으로 귀향했다. 내려올 당시에는 특별히 나무를 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는 “부모님이 연세가 드셔서 모시려고 내려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무 재배를 시작한 계기는 친구였다. 친구가 1995년부터 나무 재배를 시작했는데 그도 1996년 동업 형식으로 합류해 식재·굴취·납품을 함께하고 이익을 나눠 가지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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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 묘목이 7년 뒤 25만 원’

자신의 사업은 2001년부터 시작했다. 이미 기술과 납품처를 다 확보하고 있었고 저렴한 토지 임차료로 그다지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십여 군데 나눠진 땅 약 3만㎡(9000평)에서 2만5000그루의 나무를 보유하고 있다. 종류는 팽나무·배롱나무·벚나무·소나무·이팝나무·살구나무 등 12가지에 이른다. 묘목에서부터 큰 나무까지 다양하다. “나무의 가치를 다 합하면 얼마쯤 되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꽤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스스로도 정확한 가치를 셈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업성을 설명할 때 예로 든 가격으로 어림짐작하면 최소 수억 원에서 십 수억 원대까지로 짐작된다.

“은행에 돈을 넣어 놓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 나무들이 다 나의 연금”이라며 송 대표는 취재진에게도 적극적으로 나무 재배를 권했다. “팽나무를 7년 키우면 근경(땅에 접한 줄기의 지름)이 15cm쯤 되는데, 모양이 A급으로 예쁘게 나오면 25만 원 이상 된다. 묘목 값이 1000원이다. 어디 가서(투자해서) 1000원이 7년 만에 25만 원이 되나. 수입 면에서 나무 사업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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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이란 줄기가 곧고 가지가 균형 있게 뻗어 모양이 잘 잡힌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어린 줄기를 적절하게 잘라주고, 가지가 아래로 처질 때는 끈으로 매어 모양을 잡아주는 ‘스킬’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것은 금방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송 대표의 말이다. “전문가 한 사람만 친해 두면 된다. 전화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말한 비결이다. “다만 조경업자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말 듣다가는 나무가 ‘개판’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한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출가한 딸까지 있는 송 대표는 지금 일곱 살 된 늦둥이를 키우고 있다. “자녀가 자랄 때는 나도 바빴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떻게 컸는지 모르겠는데 늦둥이를 키워 보니 왜 할아버지가 손자를 그렇게 예뻐하는지 알 것 같다”며 송 대표는 미소를 지었다. 시간이 촉박한 취재진이 떠날 채비를 하자 그는 “밥도 못 사 줬는데 막걸리나 사 주겠다”며 가내수공업 규모의 양조장에 들러 갓 출고된 막걸리 한 상자를 안겼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시골이라 그런지 송 대표의 삶에는 만족과 여유가 넘쳐났다. 그의 차는 신형 BMW 5시리즈였다.

남원=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