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 유통주 중에서 소비 경기 둔화 부담이 덜한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유통업종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4.76%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평균(-1.55%)을 크게 밑돈 동시에 전 업종 중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이는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의무휴업 규제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신선식품 가격 상승 등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점포수가 더 늘어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기존점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6%, 5.0%씩 줄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지방법원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정지 및 의무휴업일 처분 정지 요청이 수용, 일요일 영업을 재개했다"면서도 "영업재개가 본안 판결 전까지란 점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안을 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 4분기까지 전국의 의무휴업 점포수는 9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카드수수료 인상 가능성, 중소 기업체 수수료 추가 인하 압력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더운 날씨로 인해 단가가 높은 정장류 판매가 감소했고,가전용품 판매가 부진해 매출 신장률이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달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성장률은 각각 1.5%, 1.0%, 0.2%에 그쳤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과 소파, 침대류 판매 축소로 가정용품 부문 매출이 줄었다"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2%대로 둔화됐지만 실질 장바구니 물가 및 전세가격 상승으로 구매심리 및 구매력이 저하됐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소비 경기 둔화의 부담이 덜한 편의점 사업이 주력인 GS리테일과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B2B(기업 대 기업)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편의점 부문 성장과 함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올해 상반기 GS리테일의 편의점 점포수는 326개 늘었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순증 점포수는 900개가량에 달해 편의점 매출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3분기는 편의점 성수기 구간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리테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어난 468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상회했다"며 "유통업종 내에서 유일하게 실적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고, 성장과 이익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연 연구원은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올 하반기 실적 전망치 하향이 불가피하고, 백화점의 경우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점포 리뉴얼·출점이 완료되는 올 3분기 말 이후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2, 3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GS리테일과 올 하반기 수주 물량 본격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아이마켓코리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55분 현재 GS리테일은 2분기 깜짝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어 전날보다 3.70%(900원) 뛴 2만5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아이마켓코리아는 전날보다 250원(-1.11%) 내린 2만2250원을 기록 중이다. 이 밖의 롯데쇼핑(-1.26%)과 이마트(-1.22%), 신세계(-2.27%) 등 유통업체들 주가는 대체로 약세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