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출간한 저서《안철수의 생각》에서 공정과 정의를 중심 화두로 한 경제관을 제시했다. 지난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제시한 우리 시대 과제를 구체적인 국가 비전의 틀로 발전시킨 것이다.

◆“대기업 특혜 폐지해야”

안 원장은 정의로운 사회를 우리 시대 과제로 꼽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투기성 외국자본에 대한 방화벽 구축 △공정거래법 강화 △경제범죄에 대한 배상액 상향 조정도 약속했다.

그는 야권 일각의 재벌해체 주장에 대해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재벌 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내부 거래 및 편법 상속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산분리를 강화하고 순환출자는 유예기간을 주면서 해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선 “정권에 따라 없어졌다 부활했다 하는데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또 “대형마트들이 중소상인의 상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부분은 법률 규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기업이 스스로 자제했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경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단체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또 단계적으로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특혜성 감면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단기 국제 핫머니 유출입을 막기 위해 토빈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안 원장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푼다면 거래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우스 푸어’ 대책에 대해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주택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복지 긴밀한 연결”

안 원장은 “복지는 단순히 있는 것을 나눠 갖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선순환하는 복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전략적 조합을 강조하며 ‘복지를 늘리면 남유럽처럼 재정 위기를 겪게 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육 복지에 대해서는 아동수당 도입과 함께 국·공립 보육 시설을 전체의 30%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반값등록금’과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두 번째로 높은 대학 등록금은 당장 반값은 어렵더라도 계속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가야 한다”며 점진적인 시행을 주장했다. 이어 “초·중등학생에 대해서는 급식뿐만아니라 교복, 학습교재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 △복지서비스 확충 △중견기업 육성 △남북경제 협력을 제시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