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위메이드 등은 올해 상반기 증시의 ‘우등생’으로 꼽힌다. 불안한 여건 속에서도 40% 안팎의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우등생’ 종목이 10% 이상 하락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열등생’이었던 멜파스 스카이라이프 KT는 최대 2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 실적에 신뢰가 쌓이는 종목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및 성장성 우려

호텔신라는 지난 6월까지 44.4% 올랐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늘면서 면세점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 면세점에 이어 LA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도 탈락하자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7월 들어 기관은 271억원, 외국인은 164억원을 순매도했고 주가는 14.7% 급락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4%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외 진출 좌절로 장기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상반기 39.8% 올랐지만 이달 들어 9.3% 떨어졌다. 중국 매출이 전체 제과부문 매출의 절반을 넘기 때문에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오리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메이드와 게임빌도 이달 들어 각각 16.6%와 13.1%로 낙폭이 크다. 위메이드는 2분기 영업이익이 12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2분기(31억원)와 올 1분기(69억원)에 크게 못 미쳤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빌도 새로운 게임 출시가 늦어지면서 성장이 다소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세 꺾인 것은 아니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일시적 실적 부진이나 차익 실현으로 인한 하락이기 때문에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 부근으로 떨어지면서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며 “자산운용사들이 많이 떨어진 대형주를 사들이면서 수익이 많이 난 종목을 우선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메이드는 3분기부터 실적이 다시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부진은 모바일게임회사 인수 등 투자를 늘린 게 원인”이라며 “지금은 준비를 마치고 막 보따리를 풀기 직전의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7월부터 카카오톡 제휴 서비스를 시작해 3분기 이후 급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리온 역시 중국 외에도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제과 부문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호텔신라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까지 연 25% 이상 이익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장품주는 7월에도 상승

화장품주는 이달 들어서도 전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상반기에 113.5% 올랐고 7월 들어서도 14.6% 오르는 중이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77억원 순매도 중이지만 기관은 155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맥스도 6월까지 60.8% 오른 데 이어 이달 14.1% 상승했고, 아모레G도 상반기와 7월에 각각 29.4%와 6.1% 올랐다. 하반기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증권사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열등생’이었으나 하반기에는 ‘우등생’으로 변신 중인 종목도 있다. 멜파스는 6월까지 29.9%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선 25.8% 급등했다. 테크윙(18.2%) 한솔제지(11.2%) 스카이라이프(10.2%) KT(7.9%) 등도 실적 개선이 전망되며 7월 이후 주가 상승세가 강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