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의혹과 관련, 지난 17일 10개 증권사에 이어 18일엔 9개 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날 금융사에 대한 조사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금리 결정과정에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합 의혹을 기정사실화한 공정위 측 발표로 증권사들과 은행들은 거의 패닉에 가까운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CD 발행 주체인 은행권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CD 금리와 연계된 대출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만큼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대한 현장조사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과 한국SC 농협 부산 대구은행 HSBC서울지점 등 총 9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공정위가 조사 도중에 혐의내용을 공개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금융시장이 워낙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CD 금리 담합에 대한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리담합을 위한 금융사 간 이메일이나 통화내역 등과 같은 물증을 찾았거나 개별업체들의 리니언시를 통해 구체적 정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담합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올 들어 CD 발행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CD 금리 결정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CD 유통을 맡은 증권사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지만 실상은 은행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CD 거래 금리는 발행 금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며 은행이 CD를 발행할 때의 금리가 거래 금리로 굳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논란에 휩싸인 CD 금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금리 지표를 3분기 중 만들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 리니언시(leniency)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 내부 고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들 중 먼저 자백하는 기업에 대해 처벌강도를 낮춰주는 제도. 미국 유럽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순위로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 전액을,2순위는 50%를 각각 면제해준다.

박신영/이상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