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증시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패션 브랜드주(株)의 몰락’과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의 약진’이다. LG패션 베이직하우스 등은 경기침체 여파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해외를 무대로 뛰는 ‘의류 OEM 쌍두마차’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은 상승했다. 한세실업은 작년 말 7090원에서 9820원으로 38.5% 올랐다.

이용백 한세실업 사장(사진)은 “현 주가는 그래도 너무 낮다”며 “내재가치를 감안하면 적정 주가는 2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유·아동복 브랜드 ‘컬리수’를 인수한 데 이어 국내외 브랜드를 대상으로 추가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2분기 실적은 어떤가.

“작년 2분기보다 좋다. 영업이익이 많이 늘었다. 3분기는 더 좋을 것이다. 2분기에 처리하려던 일감이 상당 부분 3분기로 이월돼서다. 연간 목표(매출 1조2000억원·영업이익 700억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적이 개선된 이유는.

“원면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 덕분이다. 작년 4월까지만 해도 파운드당 1.2~1.3달러를 오가던 원면 가격이 0.7~0.8달러로 내렸다. 재고가 많이 쌓인 반면 사용량은 줄어드는 추세여서 당분간 가격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작년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높게 형성된 것도 도움이 됐다.”

▷올 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아직 멀었다.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섬유=사양산업’ ‘한세실업=하도급업체’란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한세실업 영업이익률은 7~8%에 이른다. 제조업체로는 높은 편이다. 나이키 갭 등 30여개 글로벌 의류업체를 고객으로 둔 만큼 안정성도 뛰어나다. H&M 자라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최근 거래를 튼 만큼 성장성도 갖췄다.”

▷영원무역과 자주 비교되는데.

“사업구조는 물론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규모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시가총액은 영원무역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영원무역 주가에 거품이 낀 게 아니라면 한세실업이 저평가된 것이다. 계열사를 통해 노스페이스 국내 사업을 벌이는 영원무역과 달리 한세는 ‘OEM만 하는 업체’라는 점이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주가는 너무 낮다. 2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

▷한세실업도 브랜드사업을 하면 되지 않나.

“지난해 ‘컬리수’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M&A 대상을 찾고 있다. 그룹 내 보유 현금만 2000억원에 육박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 브랜드 중에서도 살펴보고 있다.”

▷주력 시장인 미국 경기가 악화될 조짐이 있는데.

“미국은 1년에 100조원어치 옷을 수입한다. 한세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미 경기가 악화돼도 수입액이 80조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바이어들은 불황이 오면 B급 업체 물량부터 줄인다. 한세는 가격·품질 측면에서 톱 클래스 대접을 받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

▷공장 증설 계획은.

“베트남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설이 끝나면 전체 생산능력이 20% 확대된다. 미얀마에도 생산기지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대로 본격화할 계획이다. ”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알림=다음 회에는 윤태문 티이씨앤코 대표이사가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할 예정입니다. 질문이 있는 분은 한국경제신문 증권부(stock@hankyung.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