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위조로 인한 손해는 거래처(고객)가 부담한다.’ ‘컴퓨터의 고장이나 장애 등으로 서비스가 지연되거나 오류가 발생해도 (은행은)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은행 약관들이 개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개 시중 은행이 판매하는 각종 금융상품 약관 중 문제가 있는 36개 조항에 대한 시정조치를 내려줄 것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은행들이 문서 위주 사고에 대한 면책조항을 넣고 은행의 전산장애로 인한 손해까지 고객에게 떠넘기는 불공정 약관이 많은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나자 이를 고치도록 한 것이다.

시정 대상에는 해외자동 송금서비스를 하면서 ‘중계은행을 포함한 다른 은행의 잘못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사용한 은행도 있었다.

한 은행은 ‘팩스거래 지시서와 관련된 손실에 대해 은행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활용,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은행은 외환거래를 하면서 ‘거래처의 인감이 날인된 서면청구서가 있으면 누구든지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를 받을 권한이 있으며, 문서의 위조로 인한 손해는 거래처가 부담한다’고 강제했다.

은행 편의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한 불공정 약관도 시정하도록 했다. 예금 만기가 되면 은행이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고 다른 상품으로 자동 전환할 수 있게 한 조항과 적금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해당 은행에 재예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같은 은행에 계속 유지할지 여부는 예금주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은행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를 고객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