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인 삼환기업이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요청한 지 5일 만에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기업회생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채권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등 양측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해 부채를 동결하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대주주의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통합도산법 아래에서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선임제도(DIP)’ 채택으로 원칙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법정관리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는 ‘패스트 트랙(조기졸업 제도)’도 도입됐다. 이에 대해 삼환기업은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할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취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해당 기업 대주주와 채권은행들이 추가 부담을 꺼리는 등 기업회생 제도 자체가 겉돌고 있는 것이다. 워크아웃 대상인 삼환의 경우 본격적인 채권단 지원이 이뤄지기 전에 돌아오는 70억원의 기업어음을 대주주가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삼환 대주주 측은 이에 반발하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대주주 책임 분담에 대한 거부감이 법정관리로 돌아선 배경이라는 게 채권은행 측의 설명이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자금난을 겪게 되는 700여개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고 대주주 입장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택한 기업들은 채권은행이 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채권 회수에만 주력해 기업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40여개 건설사 중 월드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벽산건설 남양건설 성원건설 등은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지난해 이후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범양건영 임광토건 등은 워크아웃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워크아웃은 은행들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라는 인식이 강해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기피하고 법정관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보형/장창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