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노인단체에 맞서는 중도진보 노인조직이 새로 생겼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노인노조’ 결성을 목표로 하는 노인단체가 출범함에 따라 기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 노인단체와 갈등이 예상된다.

노인 복지와 일자리 확대를 내세운 노인단체인 ‘복지시대 시니어 주니어 노동연합(노동연합)’이 17일 창립했다. 노동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갖고 최자웅 성공회 신부를 초대 상임의장으로 선출했다. 최 상임의장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노년세대는 양극화와 소외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도 노년세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노인들이 스스로 노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결집해야 할 시기”라고 창립 배경을 밝혔다.

노동연합은 일반 노인들과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 사회적 기업 등에 취직한 노인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인노조’ 설립이 목표다. 발기인 겸 공동의장단으로는 신용승 좋은어버이들 상임대표, 이병재 전통예절교육원장, 채수일 한신대 총장, 이 교수, 홍일선 시인 등이 참여했다. 노동연합은 정부를 상대로 교섭권을 갖기 위해 지역 조직이 갖춰지는 오는 10월 정식으로 노동조합을 출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창립대회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30여명이 찾아와 “대선을 앞두고 좌파 세력이 급조한 조직”이라고 주장하며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세계 어디에도 정부를 상대로 노조를 만드는 곳은 없다”며 “노동연합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실체 없는 주장을 하면서 노인들을 분열시키는 단체”라고 평가절하했다. 경찰의 제지로 이날 큰 충돌은 없었지만 노조 설립요건 충족 여부 등 향후 시니어 시민단체 간 보혁 갈등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