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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물의 다섯가지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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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함·유연한 전진·자정능력…기업 경영에도 적용되는 교훈

    김진환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zhkim@hmplaw.com >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서 그런지 늦은 장마의 억센 빗소리조차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농부가 아닐지라도 목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반가운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물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자연의 오묘한 진리와 지혜를 가르쳐주는 스승이기 때문이다.

    노자(老子)는 일찍이 《도덕경》에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말하고,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임한다’고 풀이하였다.

    물은 공을 다투지 않으므로 허물이 없고,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흘러서 겸손하다. 늘 평형을 이루어 공평하고, 자정(自淨)능력까지 갖춰 청렴하다. 고정된 모습이 없어 유연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 긍정적이지만,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숨겨져 있어 바위를 뚫고 산을 무너뜨리는 주관을 굽히지 않는다.

    중국 명나라 때 양명학을 주창한 왕수인(王守仁)은 물의 지혜를 다섯 가지 가르침, 즉 수오훈(水五訓)으로 정리하였다. 오늘의 기업경영에도 적용되는 생생한 교훈이다.

    첫째, 물은 항상 자기가 나아갈 길을 찾아 멈추지 않는다. 물길이 막히면 반드시 틈새를 찾아내 그 사이로 흐르거나 돌아서 전진한다. 기업도 도전정신으로 쉼 없이 활로를 찾아 지속경영을 해야 한다.

    둘째, 물은 스스로 움직여 그 힘으로 다른 것들을 움직이게 한다. 물이 먼저 흘러서 만물에 생명을 불어 넣듯이 기업도 우선 탄탄한 자생력을 키워야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

    셋째, 물은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키운다. 기업도 난관 속에서 내실과 역량을 다져야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넷째, 물은 맑고 더러움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스스로 깨끗해지려 노력한다. 이는 투명한 기업, 착한 기업이 성장한다는 최근의 트렌드와 상통한다.

    다섯째, 물은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음이 되지만 그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도 기업은 올바른 이윤 추구로 성장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법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물은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법(法)은 물 수(水)와 갈 거(去)가 합해진 글자이다.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이 순리와 상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몇 년 전 반포로 이사를 하면서 문학평론을 하는 대학 문우에게 집 이름을 부탁하였더니, 오랜 생각 끝에 ‘청수헌(聽水軒)’이라고 지어줬다. 물소리를 듣는 집이란다. 법이 물 흐르듯 순리에 맞아야 하니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섬기는 자세로 민초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뜻을 함의(含意)하고 있다. 서예하는 초등 친구에게 휘호를 부탁하고, 전각하는 또 다른 중학 동창에게 현판 제작을 의뢰해서 방문 앞에 붙여두고 늘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오늘도 물이 가르치는 다섯 가지 교훈을 되새겨 본다.

    김진환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zhkim@hmplaw.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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