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현대차 지분을 매각해 7000억원대의 자금 확보에 나섰다.

증권업계에선 차입금 상환 재원과 운전자금 확보 차원으로 분석하고, 묶여 있던 자산의 현금화로 자금 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이던 현대차 주식 총 760만3420주 중 320만3420주를 이날 장 시작 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처분 후 현대차 지분율은 기존 3.45%에서 2.0%로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운전자본 충당용으로 활발히 자금조달을 해왔고, 이번 현대차 지분 매각 결정도 이 같은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5000억원 규모의 차환용 채권을 발행했고, 오는 24일에도 총 7000억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수주한 드릴십이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결제구조여서 선제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올해 만기 도래하는 사채도 6500억원에 달한다"며 "현대중공업은 선제적인 자금확보를 통해 운전자본의 안정성을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드릴십 선방의 결제 구조가 대부분 선수금과 중도금 비중이 낮고 선박 인도시 받는 잔금 비중이 높은 헤비테일 방식이기 때문� 선제적인 자금 마련이 필요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대규모로 수주한 드릴십을 본격적으로 건조하며 발생한 운전자금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묶여 있던 자산을 활용해 자금압박 부담을 덜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말 개별기준 순차입금은 3조9000억원으로 자기자본의 26%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말에는 순차입금이 6조원(자기자본의 4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자기자본대비 차입금 수준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금압박이 불가피한 구조였는데, 현대차 지분 매각은 죽은 자산의 현금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번 매각 딜을 계기로 자금 소요시 추가 매각을 통해 주요 자금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의 가치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