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값이 1년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반도체 업계가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데다 애플 아이폰5 등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낸드 수요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6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주력 제품인 64Gb(8G×8MLC)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보름 전인 6월 말과 비교해 0.02달러(0.52%) 오른 평균 3.86달러를 기록했다. 32Gb(4G×8MLC)도 2.14달러로 0.02달러(0.94%) 상승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한 달에 두 번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다.

상승폭은 적지만 반도체 업계는 떨어지기만 하던 낸드가 반등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4월 중순 10.64달러를 기록한 뒤 1년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기간 동안 하락폭이 63.9%(6.8달러)에 달하며, 올 들어서만도 32.9%나 떨어졌다.

이는 예상 수요 증가 속도보다 생산량 증가가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D램 값이 폭락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확산에 따라 낸드의 수요가 증가하자 반도체 업계는 앞다퉈 생산량을 늘렸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비트(bit) 수로 따진 공급량 증가율(비트그로스)이 D램의 경우 연간 30~40% 수준인데 낸드는 70%를 넘어섰다”며 “낸드 수요는 비교적 견조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급 초과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낸드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낸드 매출은 18억6400만달러로 작년 동기(19억1200만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20나노급 낸드 양산으로 생산량이 증가했는데도 값이 떨어져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삼성전자는 낸드와 D램을 함께 생산하던 기흥의 9라인·14라인을 1분기 중에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돌렸고, 미국 오스틴의 낸드 전용 라인도 시스템반도체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당초 낸드 전용으로 만들려던 청주 M12라인을 낸드와 D램 혼용라인으로 바꿨다. 또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1만 우선 가동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낸드 시황을 봐서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낸드는 삼성전자, 도시바, SK하이닉스가 시장의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낸드 공급업체의 공급량 조절과 3분기에 나올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로 올랐다”며 “3분기 동안은 낸드 값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구자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 현물가격은 약세지만 고정가격은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낸드 값은 성수기 진입으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애플의 미니아이패드와 아이폰5,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등의 출시가 예정돼 있고 윈도8 출시에 의한 노트북 수요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도 값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