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정치인 무죄, 기업인 유죄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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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입법화하자는 정치인들
인민 재판에 위헌 시비 불보듯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인민 재판에 위헌 시비 불보듯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새누리당 의원들이 실로 황당무계하다. 기업인 범죄는 중처벌하자는 엊그제 법안 이야기다. 정두언 체포동의안을 일치단결로 부결시킨 존엄한 국회의원들이시다. 기업인 유죄-정치인 무죄라는 희대의 사건은 이렇게 일어났다. 전대미문의 일이다. 기업하는 것이 원죄라는 선언이요 중세적 마녀사냥이며 신분을 차별하는 제도다. 사법부에 대한 월권 문제는 차라리 사소하다. 처분적 법률이어서 그 자체로 위헌이다. 결국 부자에 대한 대중의 증오를 법률이라고 선언하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이 되고 말았다.
기업인들의 불법과 비리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기업인이건 아니건 동일한 범죄는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게 법치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범죄는 불가피하다. 법원이 바로 그 정상을 지금껏 참작해왔던 것이다. 이제는 그것을 금지하라는 입법이다. 기업인은 정치인 때문에 돈이 필요하고 공무원에게 주기 위해 비자금을 만든다. 사업허가권을 정치가 정하고, 국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정부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며, 공무원이 특권을 창출하는 지금의 구조 아래에선 이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연고를 찾아 로비하지 않으면 장사든 사업이든 불가능하다. 구청장이 바뀌면 연필 납품업자까지 바뀐다는 수준의 저질 정치다. 특권과 특혜가 창출되는 구조에서는 정치가 경쟁의 불을 뿜는다. 정치가 시끄러운 것도 이 때문 아닌가. 저축은행 사태를 봐라. 정치인은 물론이고 금융감독 부서를 넘어 청와대 문고리에까지 뇌물이 흘러넘쳤다. 감사원도 국세청도 쑥대밭이다. 빙산의 일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허가한 사업만 영위하라’는 것이 출자총액 규제의 본질이다. 그렇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시도되는 것들이 대부분 특권의 창출이거나 낡은 규제의 부활이다. 사업을 범죄로 보는 것이 출자규제라는 거다.
재벌의 횡령이나 배임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뇌물이다. 중국 고위 정치인들이 수조원씩 모았다는 돈은 대체 누가 바친 것인가. 상하이방은 유럽의 모(某) 기업이 뒷돈을 대고 베이징방은 일본의 모기업이 뒷돈을 댄다는 식이다.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모 재벌 회장은 바로 이 자금 때문에 징역 3년에 5년 집행유예를 받았다. 공개된 칼럼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써야 하나. 횡령 배임의 또 다른 경우는 상속세 회피다.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다. “세금 내고 정당하게 상속받으면 누가 시비하겠어”라는 말로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증오심을 이죽거리는 중이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65%(가산세 30%포함)다. 정당하게 세금 내면 경영권 상속은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에 다 있는 차등의결권도 황금주도 포이즌필도 한국에는 없다. 그렇게 해놓고 의결권 승수니 괴리율을 운운하며 1원1표의 증권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거다. 바보들에게는 꽤 그럴듯한 전문용어처럼 보인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기업 상속이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스웨덴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미국은 2세가 기업을 경영하는 동안은 상속세를 이연(移延)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퇴로가 없다.
한국인 특유의 명분주의 성향은 법을 만들 때 다락 같은 도덕기준을 적용한다. 그래서 아무도 지킬 수 없고 또 지키지 않는다. 재벌이 아니라도 수십만 자영업자 중에 건축법이나 의료법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소방법 학원법 운수사업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규제법을 모두 지키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국회의원들이 직접 실험이라도 해보시라. 법에도 없는 행정규제들은 또 얼마이며 구청의 능구렁이 주사(주무관)들이 깔고 앉아있는 방석 규제들은 또 얼마인가. 그 모든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더라도 종국에는 조세범처벌법을 벗어날 수 있는지도 실험해보라. 조사하면 나오고 털면 걸린다는 말은 이 때문에 있는 것이다. 바보들은 처벌을 더 무겁게 하면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범법과 처벌의 간극만큼 부조리만 커질 것이 분명하다.
모 재벌의 폭력이 문제였다고? 그러나 술집 건달과의 싸움에 불과했던 그 경우는 재벌이기 때문에 중처벌을 받은 경우다. 차라리 예비 범죄자인 기업인들을 사전 검속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리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우리가 지금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듯이….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
기업인들의 불법과 비리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기업인이건 아니건 동일한 범죄는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게 법치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범죄는 불가피하다. 법원이 바로 그 정상을 지금껏 참작해왔던 것이다. 이제는 그것을 금지하라는 입법이다. 기업인은 정치인 때문에 돈이 필요하고 공무원에게 주기 위해 비자금을 만든다. 사업허가권을 정치가 정하고, 국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정부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며, 공무원이 특권을 창출하는 지금의 구조 아래에선 이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연고를 찾아 로비하지 않으면 장사든 사업이든 불가능하다. 구청장이 바뀌면 연필 납품업자까지 바뀐다는 수준의 저질 정치다. 특권과 특혜가 창출되는 구조에서는 정치가 경쟁의 불을 뿜는다. 정치가 시끄러운 것도 이 때문 아닌가. 저축은행 사태를 봐라. 정치인은 물론이고 금융감독 부서를 넘어 청와대 문고리에까지 뇌물이 흘러넘쳤다. 감사원도 국세청도 쑥대밭이다. 빙산의 일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허가한 사업만 영위하라’는 것이 출자총액 규제의 본질이다. 그렇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시도되는 것들이 대부분 특권의 창출이거나 낡은 규제의 부활이다. 사업을 범죄로 보는 것이 출자규제라는 거다.
재벌의 횡령이나 배임은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뇌물이다. 중국 고위 정치인들이 수조원씩 모았다는 돈은 대체 누가 바친 것인가. 상하이방은 유럽의 모(某) 기업이 뒷돈을 대고 베이징방은 일본의 모기업이 뒷돈을 댄다는 식이다. 한국 기업만이 아니다. 모 재벌 회장은 바로 이 자금 때문에 징역 3년에 5년 집행유예를 받았다. 공개된 칼럼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써야 하나. 횡령 배임의 또 다른 경우는 상속세 회피다.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다. “세금 내고 정당하게 상속받으면 누가 시비하겠어”라는 말로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증오심을 이죽거리는 중이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65%(가산세 30%포함)다. 정당하게 세금 내면 경영권 상속은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에 다 있는 차등의결권도 황금주도 포이즌필도 한국에는 없다. 그렇게 해놓고 의결권 승수니 괴리율을 운운하며 1원1표의 증권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거다. 바보들에게는 꽤 그럴듯한 전문용어처럼 보인다.
결국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기업 상속이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스웨덴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미국은 2세가 기업을 경영하는 동안은 상속세를 이연(移延)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퇴로가 없다.
한국인 특유의 명분주의 성향은 법을 만들 때 다락 같은 도덕기준을 적용한다. 그래서 아무도 지킬 수 없고 또 지키지 않는다. 재벌이 아니라도 수십만 자영업자 중에 건축법이나 의료법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소방법 학원법 운수사업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규제법을 모두 지키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국회의원들이 직접 실험이라도 해보시라. 법에도 없는 행정규제들은 또 얼마이며 구청의 능구렁이 주사(주무관)들이 깔고 앉아있는 방석 규제들은 또 얼마인가. 그 모든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더라도 종국에는 조세범처벌법을 벗어날 수 있는지도 실험해보라. 조사하면 나오고 털면 걸린다는 말은 이 때문에 있는 것이다. 바보들은 처벌을 더 무겁게 하면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범법과 처벌의 간극만큼 부조리만 커질 것이 분명하다.
모 재벌의 폭력이 문제였다고? 그러나 술집 건달과의 싸움에 불과했던 그 경우는 재벌이기 때문에 중처벌을 받은 경우다. 차라리 예비 범죄자인 기업인들을 사전 검속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리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우리가 지금 국회의원들에게 하고 싶듯이….
정규재 논설실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