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에서도 최근 성형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용성형건수는 상위 25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8위였다.

옛 소련 시절 성형수술은 고위 관료나 유명 예술인의 부인들만 제한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유가로 러시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자 성형수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성형수술은 가슴확대(19%), 안검미용(쌍꺼풀, 눈주름 등)(17%), 지방흡입(16.5%), 가슴축소(6.7%), 코(6.6%) 등의 순이다. 흥미로운 것은 코 수술 중 상당수가 높은 코를 낮추는 수술이다.

러시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형수술 시장은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민간 연구소는 2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 성형수술의 90%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서 행해지고 있고, 모스크바에만 100개 이상의 성형외과가 있다.

민간 리서치센터인 로미르가 러시아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형수술 비용으로 응답자의 50% 이상이 5만루블(약 176만원)을 쓸 수 있다고 답했다. 23%는 5만~10만루블, 10%는 10만루블 이상 지불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런 수요에 착안해 러시아 금융회사들은 성형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출인은 주로 30~45세의 여성이다. 평균 금리는 연 20%에 달할 정도로 높지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로 의료관광을 나가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매년 약 3만명에 이른다.

러시아 여성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수술 장비는 물론 각종 미용관련 기구의 수요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아직 러시아 미용성형 시장에 한국 장비 및 시술 관련 제품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유럽산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 회사의 미용성형 필러(filler)가 러시아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등 점차 한국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시장잠재력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의료진의 성형수술 노하우와 서비스, 가격 경쟁력 등을 효과적으로 홍보한다면 러시아의 성형의료 관광부문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욱 < CIS지역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