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현대미술가 8명의 독창적인 작품과 스위스 영상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51)의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6년 만에 재개한 격년제 기획전 ‘아트스펙트럼 2012’와 ‘피필로티 리스트-하늘을 오르다’전이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두 전시회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사진 작품 30여점이 출품된다. 개인의 정체성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룬 이들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참여 작가는 ‘피필로티 리스트-하늘을 오르다’전의 리스트와 김아영(32) 김지은(35) 배찬효(37) 옥정호(38) 장보윤(31) 전소정(30) 최기창(39) 한경우 씨(32) 등이다.

김아영 씨의 작품은 영상작업의 은유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김씨는 개항기에 영국 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한 사건을 외교문서와 언론 기사를 활용한 영상작업으로 추적한다. 영국 배우를 섭외해 연출했다. 우리 이야기인데도 외국인이 주인공이 되는 묘한 상황을 이끌어 낸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지은 씨의 ‘어떤 망루’는 무늬목 시트지로 7~8m 높이의 다락집을 그린 작품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반복되는 도심의 이면에 숨은 제도, 욕망을 망루에서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작가 배찬효 씨는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느낀 동서양 문화 차이를 카메라 렌즈로 잡아냈다. ‘의상 속 존재-신데렐라’는 자신을 신데렐라로 분장해 촬영한 작품. 동양 남자가 서양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어색한 부조화 때문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서구의 시각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작가 장보윤 씨는 한때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던 경주에서 찍은 사진을 재구성해 사람들이 남긴 사적인 흔적과 추억들을 보여준다.

영상 설치작가 전소정 씨는 줄타기 명인, 손자수 장인, 영화 간판장이의 이야기를, 최기창 씨는 무작위로 선택한 상대방과 눈싸움하는 사람을 영상작업으로 꾸몄다. 또 코믹한 풍자와 조롱으로 한국 사회의 솔직한 단면을 드러냈던 옥정호 씨는 뻘밭에서 요가하는 자신을 찍은 작품을 통해 색다른 수행 방법을 제시한다.

전시장 블랙박스에서는 피필로티 리스트의 대형 영상작업 ‘하늘을 오르다’를 만날 수 있다. 기다란 36장의 천과 음악, 영상으로 꾸며진 이 작품은 눈이 바라보는 바깥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색채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홍라영 리움 총괄부관장은 “현대미술의 다양성 속에서 한국 미술의 오늘을 조망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영상작가의 개인전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즐겁고 흥미로운 미학적인 화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16일까지. 어른 6000원. (02)2014-69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