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학력에 비해 하향 취업했다고 느끼는 취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력인플레이션이 취업자의 눈높이를 높여 근로의욕 저하 등 각종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본인의 학력에 비해 직장에서의 업무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취업자는 △1982년 졸업자 24.1% △1992년 졸업자 27.7% △2002년 졸업자 31%로 최근 10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반면 학력과 업무 수준이 적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같은 기간 69.5%→66.6%→64.1%로 줄었다. 상향 취업했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중도 이 기간 6.5%→5.7%→5%로 낮아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 취업을 하향으로 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후에 이직을 해도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향 취업했다는 사람을 대상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직장도 마찬가지인지를 물은 결과 64.3%가 ‘그렇다’고 답했다. 졸업 연도별로는 1982년 53.3%, 1992년 65.6%, 2002년 77.8%로 해가 갈수록 꾸준히 높아졌다.

전재식 직능원 부연구위원은 “학력인플레가 심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업이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고 인력개발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자 스스로가 하향취업이라고 느끼면 직무 몰입도가 떨어져 노동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개인적으로는 교육투자의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전 부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는 인재 활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해 국가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학력인플레 해소가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이에 앞서 기업과 구직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부연구위원은 “당장 마음에 드는 직장이 아니어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 숙련도가 높아지면 임금과 함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