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애플 사려고 삼성전자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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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애플-삼성 '주가 동조화' 깨져
아이폰5 출시 앞두고 삼성전자 1조4000억 팔아
"바닥 친 삼성에 몰빵하고파" 기관은 집중매수
아이폰5 출시 앞두고 삼성전자 1조4000억 팔아
"바닥 친 삼성에 몰빵하고파" 기관은 집중매수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움직이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가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애플은 지난 6월 이후 4.7%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6.0% 떨어졌다.
두 회사가 스마트폰 시장을 양강 체제로 재편해나갈 땐 주가도 함께 올랐지만 ‘둘만의 싸움’으로 좁혀진 지금은 ‘애플 호재=삼성전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두 회사의 주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도 ‘10월 아이폰5 출시에 맞춰 삼성전자를 팔고 애플을 사자’는 분위기가 외국인 사이에 형성된 여파란 분석이다.
◆애플 사고 삼성전자 파는 외국인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13만9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4만8000원(4.40%) 상승했지만 전 고점인 5월2일(141만원)과 비교하면 아직도 20%나 빠진 상태다.
주가를 끌어내린 장본인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하루 예외 없이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액은 6419억원에 달한다. 6월부터 따지면 1조4000여억원, 5월부터는 2조7500억원으로 불어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상당수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애플을 ‘커플’로 묶어 애플을 사면 삼성전자를 파는 ‘롱-쇼트 전략’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이 오는 10월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를 팔고 애플을 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유럽지역 20개 기관투자가를 만났는데 애플과 벌이는 특허소송 패소 확대 가능성과 스마트폰 수요 위축 우려 때문에 의외로 삼성전자를 어둡게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이머징마켓에 잠긴 돈을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란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에 몰빵하고 싶다”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삼성전자는 과도하게 빠진 측면이 있다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시각이다. 3분기부터 ‘분기 영업이익 7조원 시대’를 열 게 확실시되는데도 주가는 여전히 ‘분기 영업이익 5조원 시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이 “삼성전자 110만원은 단기 트레이딩이든, 장기 보유든 간에 매수 저점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는 이유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도 최근 “다른 종목을 다 팔고 삼성전자에 ‘몰빵’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상승 시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박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200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분기별 실적과 달리 움직인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작년 2~3분기를 포함해 딱 3차례에 불과했다”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예약해놓은 3분기 중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감소 우려 등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어 ‘쉬어가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