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국민경선제 취지 퇴색 불가피할 듯

민주통합당이 대선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경선 후보 간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선전이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민주당의 경선 방식은 국민과 당원 모두 동등하게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여겨졌다.

2002년과 2007년 대선 경선과 최근 두 차례 전당대회, 총선 후보선출 등이 완전국민경선제의 정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경선룰 협상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완전국민경선제에서부터 결선투표제, 국민배심원제 등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선호하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반전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수단도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현격한 입장차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선룰 협상에서 `비(非) 문재인' 연대를 형성한 손학규 정세균 고문과 김두관 전 지사 등 3명의 후보 대리인들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선투표제와 국민배심원제 도입, 현장투표ㆍ모바일투표ㆍ국민배심원제의 1:1:1 반영 등을 주장했다.

이 중 결선투표제는 손 고문과 김 전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해 2차 경선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지지율이 문 고문에 못미치는 손 고문과 김 전 지사가 결선투표에서 연대할 경우 문 고문을 역전할 가능성이 생긴다.

또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중요 변수로 떠오르기 때문에 2위권에 들지 못해도 자신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국민배심원제는 정세균 고문이 선호하는 안으로 알려져 있다.

배심원단을 꾸려 각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 뒤 이를 경선결과에 반영하는 안이다.

정책적 역량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는 평을 받는 정 고문 입장에서 하나의 활로가 될 수 있다.

예비경선(컷오프)시 당원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1인2표제'로 치르자는 요구 역시 수차례 당 대표를 지내는 등 당내 조직이 비교적 탄탄한 편인 정 고문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투표와 모바일투표, 배심원제를 동등한 비율로 반영하자는 주장은 강점이 상이한 세 후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문 고문은 다른 후보들의 요구가 완전국민경선제의 정신을 크게 훼손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문 고문 측 전해철 의원은 "경선룰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최대화하는 쪽으로 만들어야지, 후보 간 유불리를 기준으로 얘기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이 평소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후퇴하는 요구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비 문재인' 후보들의 주장은 국민의 여론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당원과 국민을 구분하지 않고 1인1표를 인정하는 완전국민경선제 취지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문 고문이 당내 후보 중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데다 완전국민경선이 통상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이를 관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 문재인' 후보 측은 경선룰이 현행대로 채택되면 경선의 흥행과 역동성이 떨어져 문 고문을 후보로 세우기 위한 들러리 경선이 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해철 의원은 "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룰이야말로 오히려 역동성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