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을 것입니다. 몇 년 뒤 사법처리를 각오하고 자금을 끌어온 셈이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캠프를 이끌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줄줄이 구치소에 수감된 것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3년과 2004년 검찰이 대선자금을 샅샅이 조사한 것을 보고도 불법자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셈”이라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선이 끝난 뒤 캠프 핵심 관계자가 불법자금 문제로 검찰에 소환되는 일은 관례처럼 반복됐다. 특히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가 맞붙은 2002년 대선과 관련한 불법자금 수사는 거센 후폭풍을 가져왔다.

이회창 캠프에서는 서정우 변호사와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주요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을 모은 혐의였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현금이 실린 트럭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아 ‘차떼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 사건이었다.

노무현 캠프에서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안희정 캠프 정무팀장, 정대철 선대위원장 등이 사법처리됐다. 이상수 전 의원과 한화갑 전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의) 10분의 1이 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은퇴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97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이회창 캠프의 핵심이었던 서상목 전 의원과 이 후보의 동생인 이회성 씨가 각각 징역 1년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집권여당이던 한나라당과 국세청이 공모해 기업들에 부당한 방식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한 ‘세풍’ 사건의 결과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을 통해 민자당 대선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대선자금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은 “내 재임 시까지는 여당 정치자금 대부분은 대기업들에서 충당해왔다”며 “5·6공화국 시절 정치자금 창구는 청와대로 단일화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거기간 외에도 정권 실세들이 기업들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의 아들들이 불법자금에 연루되는 일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정부에서 임명하는 금융기관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여권의 핵심 당직을 맡았던 한 의원은 “돈이 많이 드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불법자금 수수, 구속 등의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