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반대) 제대군인 1%만 제한적 혜택…새로운 경제적 보상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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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별도 재원마련없이 사회적 약자에 부담 전가
전역수당·학자금 이자완화 등 전역자 모두 혜택볼 수 있어야
전역수당·학자금 이자완화 등 전역자 모두 혜택볼 수 있어야
군가산점제도 부활 또는 신가산점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의 본질은 군대에서 의무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사람에게 보상을 주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이 거의 없다고 보면, 현재의 논란은 보상제도로서 가산점을 고집하느냐, 가산점 이외의 보상을 하느냐의 논쟁으로 압축된다.
가산점제와 관련된 논쟁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있기 전부터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헌재의 위헌 판결 이후 새로운 제대군인 보상제도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는 관심이 적고, 군가산점제만을 두고 가산점 비율 축소나 혜택의 범위를 제한하는 논의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군가산점제도는 1999년까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7~9급 공무원시험에서 의무복무 제대군인에게 만점의 최대 5%를 가산하도록 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지라도 그것이 사회공동체의 다른 집단에게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균등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가산점제도는 군대에 가지 못하는 남성과 여성, 장애인 등의 사회적 진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위헌 결정을 한 바 있다. 이후 군사기 진작,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최소한의 상징적 예우, 병역 기피자 감소 대책의 일환으로 국회·국방부의 군가산점제도 개선안 마련 등을 통해 부활 논의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들 부활안은 가산점의 비율을 기존 5%에서 2~2.5%로 낮추고, 가산점에 의한 합격자 범위를 20%로 제한하며, 가산점 부여 횟수나 기간을 한정해 가산점제도를 재도입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군가산점제 재도입안이 1999년 이전과 비교해 그 부작용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데 동의한다 하더라도, 군가산점제가 여성 및 장애인에게 미치는 피해 규모는 여전히 크다.
예컨대 ‘군복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제도’라는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7급과 9급 일반공무원 필기시험 합격자를 기준으로 가산점 2.5%, 합격인원의 20% 범위를 적용했을 때 가산점이 적용되지 않는 현행 남녀 합격자의 비율과 비교한 결과, 7급 시험의 경우 합격자 362명 중 12.9%(47명)의 당락이 뒤바뀌고, 9급은 합격자 339명 중 19.8%(67명)의 당락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미에서 제대군인에 대해 사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가산점제도는 아무런 국가재정의 뒷받침 없이 결과적으로 장애인 및 여성의 희생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
헌법 제2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균등한 기회가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로 인해 박탈되는 것이다. 가산점수를 축소하고 그 적용 범위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시험에서 능력 이외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가산점을 받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쪽에 대해 배제와 차별의 의미를 띨 수밖에 없으므로 그 자체로서 위헌적 소지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고 보인다.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제도의 하나로서 군가산점제도는 국가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그 부담을 여성 및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해 의무복무자에 대해 보상하는 것과 다름없는 제도라는 본질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군복무자에 대한 최소한의 상징적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군가산점제도는 누군가의 기회를 제한하는 상징일 수밖에 없다. 가산점이 작다라는 점에서 제대군인에게 실익이 크게 없으며,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미치는 피해도 크지 않으리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실익도 없는 보상 방안을 굳이 반복해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러는 사이 다른 실질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군가산점제도가 쉽게 부활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가 적극적으로 반대해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제도 자체로서 공정한 룰이 아니라는 자각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방부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4.2%가 군가산점제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성가족부의 2009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복무기간에 대한 공적 인정 확대’, ‘취업지원 확대 및 취업지원프로그램’ 강화와 같은 대안을 지지하는 국민의 비율이 57%였고, 군가산점제를 꼽은 비율은 25.5%에 머물렀다. 가산점제도에 찬성하는 상당수의 국민은 마땅한 보상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가산점이라도 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방안으로 현재까지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 입장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수의 국민이 합의에 이르면 우리의 경제력이나 국력에 비춰 봤을 때 전혀 불가능한 방안이 아니라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보상 방안으로 ‘의무복무 군인의 급여 인상’,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지급시 군복무기간 전체를 산정해주고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 ‘대학 재학 중 입영자에 대한 학자금 대출이자 국가 부담’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적 지원 이외의 방안으로는 ‘의무복무 제대자 취업지원체계 구축’, ‘제대군인 전역수당 지급’, ‘의무복무군인지원에 관한 입법’ 등이 제안되고 있다.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은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국민이나 반대하는 국민이나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군가산점에 국한된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며 현재 제대군인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재도입안에 치중할 것이 아니다. 제대군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제대군인 예우라는 상징성도 지닐 수 있으며, 동시에 특정 집단의 사회적 진출 기회를 빼앗지 않을 보상 대안을 찾는 데 정부, 정책 당국, 시민사회의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안상수 < 여성정책硏 연구위원 >
△경북대 심리학 △경북대 대학원 사회심리학 박사 △아주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