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고온과 가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의 지난 5월 평균기온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래 가장 높았고, 강수량은 가장 적었다. 그런가 하면 13일 새벽에는 서울지역에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기습적으로 내려 호우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극심한 기상변화를 보이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상 기상은 전쟁의 변수가 되기도 했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전쟁과 산업은 각각 파괴와 건설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질적이다. 그러나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고, 기상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쟁에서 기상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장수가 승리를 거뒀듯이, 현대의 경제전쟁에서도 기상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위대한 지휘관들이 전장(戰場)의 기상정보를 활용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은 남동풍을 이용해 대승을 거두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정확한 날씨 예측으로 가능했다. 반면에 나폴레옹은 시베리아의 극한 기상조건을 대비하지 못해 패배를 겪었다. 6·25 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의 성공도 기상과 관련이 깊다. 유엔군은 당시 대한해협으로 북상하고 있던 태풍 ‘케지아’(1950년 제9호 태풍)의 진로를 정확하게 예상, 일본에 정박하고 있던 함대를 태풍이 올라오기 전에 인천 쪽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상륙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 기상과 산업은 어떤가. 현대 산업에서 기상이 미치는 영향은 전쟁에 못지않다. 통계에 따르면 폭염기간에는 에어컨 판매가 3배 이상, 맥주 출고는 20% 이상 늘어난다. 겨울철에 이상고온이 발생하면 난방기 업체와 의류업체 매출이 감소한다. 또 황사가 발생하면 병원, 약국과 세제회사의 매출이 오르고, 화장품과 선글라스 마스크 돼지고기 판매가 증가하지만 위락시설과 항공사, 반도체 업체는 피해를 입는다. 폭설이 내리면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매출이 늘어나는 반면 주유소와 항공사, 손해보험사는 손실을 입게 된다.

경제전쟁에서도 날씨가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인이 됨에 따라 기상정보는 국가경쟁력의 한 요소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 분야의 기상정보 활용은 선진국에 비한다면 초보 단계다. 산업에 대한 맞춤형 기상정보와 전문적인 기상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상산업의 시장 규모가 그것을 방증한다. 미국이 약 9조원, 일본이 5조원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500억원에 불과하다. 기상청은 올해 시장 규모 3000억원을 목표로 기상산업 진흥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명운이 달린 군사작전에서 기상정보를 심도 있게 활용하는 것처럼 산업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국가 산업경제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상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일수 < 기상청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