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수 변진섭, 40년 만에 서울 떠난 까닭은?
"서울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오히려 용인에 자리잡았고 이제는 떠나기 싫습니다."

가수 변진섭(46·사진)씨가 용인 사랑에 빠졌다. 아니 그보다는 가족사랑을 용인에 담았다. 변진섭은 SBS 러브FM의 <희망사항 변진섭입니다>를 매일매일 진행하고 데뷔 25주년 전국투어콘서트까지 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투비스타'라는 회사까지 설립했다. 촘촘한 스케쥴에 용인~서울의 출퇴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3일 서울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피곤은 커녕 활기까지 느껴졌다.

"지방으로 공연에 가다보면 서울에서 나오는 것보다 용인이 오히려 차가 안 막힙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보니까 교육문제도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하지만 용인의 교육수준이 서울에 결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나 아내 모두 '공부' 보다는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거든요."

변진섭은 2000년 국가대표 수중발레 선수 출신인 이주영씨와 결혼해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열두살 연하인 이씨는 전국 수영대회 수중발레 심판으로 활동하면서 용인에서 수중발레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변진섭 가족은 2005년부터 용인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변진섭이 라디오DJ를 시작하면서 서울로 매일 출퇴근하고 있다.

"아내가 오가기가 힘들면 서울에 집을 따로 구하는 게 어떻겠다고 하더라구요. 단칼에 안된다고 했죠. 함께 있어야 가족이니까요. 아내가 힘들게 다니는 것보다는 제가 부지런히 오가는 편이 낫죠. 집값이 좀 떨어지고 있지만, 계속 살 예정이니까 큰 걱정은 안해요."

[인터뷰]가수 변진섭, 40년 만에 서울 떠난 까닭은?
변진섭은 2005년부터 용인 구성지구에 전용면적 101㎡의 아파트에 아내와 두 아이들과 살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특히 용인지역의 집값은 전국에서 꼽힐 정도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투기나 투자 때문이 아닌 '거주'가 목적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 와중에 변집섭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다. 오랫동안 일을 함께했던 지인들과 후배를 양성하기 위해 <투비스타>를 설립했다. 아직은 변진섭만 있는 1인 기획사나 마찬가지였다. 능력있는 사람이 스타가 되기 위한 또는 스타를 만들어주기 위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의향을 물었더니 '반반'의 대답이 나왔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고 재능있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니까 좋은 기회죠. 하지만 심사위원 중에 한 두명은 직설화법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독설'이 출연자들을 주눅들게 하는 점은 마음에 안듭니다. 음악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한테 무슨 정답이 있겠습니까? 열심히 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에게는 오히려 용기를 주고 가르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독설' 보다는 '용기'를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편안한 그의 음악만큼이나 부드러운 답변이었다. 변진섭은 현재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반년 정도에 불과하다보니 아직 데뷔하려고 내놓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못박았다. 오디션은 수시로 열고 있다는 귀띔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 때는 돈 못 벌고 밥 못 먹어도 좋으니까 음악만 하면 인생에 여한이 없겠다고 마음 먹었죠. 대학입시고 뭐고 마냥 음악이 좋았으니까요. 노래가 히트를 치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대부분 부모님이 관리를 해줬어요. 저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음악만 한 것 같아요. 후배도 그런 친구들로 키우고 싶어요."

변진섭은 이날 팬들과의 사진은 물론 사인까지 일일이 해줬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세션들과 매니저들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세심함에 여유까지 느껴졌다. 결국 매니저와 기자, 변진섭만이 행사장에 남게 됐다. "제가 지금까지도 음악을 하면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마음의 여유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젠 집에 가서 애들이랑 밥 먹어야죠."
[인터뷰]가수 변진섭, 40년 만에 서울 떠난 까닭은?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