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경영상]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 40년 '타이어 외길 승부'…글로벌 톱10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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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경영인 부문
국내 점유율 10년 새 8% → 20%로
'K5타이어' 소문나며 해외서 러브콜
20년 無분규…업계 최고 성장률
"창녕공장을 세계 최대로 키울 것"
국내 점유율 10년 새 8% → 20%로
'K5타이어' 소문나며 해외서 러브콜
20년 無분규…업계 최고 성장률
"창녕공장을 세계 최대로 키울 것"
‘타이어 외길 인생’.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73)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어다. 강 회장은 1973년 흥아타이어를 설립하고 1999년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뒤 ‘넥센타이어’로 사명을 변경, 세계 타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10위권 타이어 업체로 키워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것은 강 회장의 승부수였다. 당시 법정관리를 받던 우성타이어는 많은 부채와 낮은 생산성 문제로 다른 기업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공장을 둘러본 뒤 성공을 확신하고 인수를 결심했다.
강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을 오히려 늘리는 ‘역발상 경영’을 보여줬다. 이에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고 회사는 상승세를 탔다.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1999년 1806억원에서 지난해 1조4300억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경영 전략에 힘입어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결과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7000억원.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2조원, 2015년에는 3조원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세계 130여개국에 250여개의 딜러 네트워크를 두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캐나다와 영국, 이탈리아, 호주, 러시아 등지에도 해외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교체용 타이어(RE) 부문에 집중하다 2010년 기아자동차 K5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한 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부터는 일본 미쓰비시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 ‘랜서 에볼루션’에 OE를 공급하는 데 이어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의 OE 타이어 공식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강 회장이 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초고성능(UHP) 타이어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UHP 타이어 시장에서 점유율을 5%로 끌어올려 이 분야 세계 6위에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2000년 8%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업계 2위 금호타이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안정된 노사관계다. 20년 연속 무분규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하고, 회사의 경영 실적, 중장기 계획, 투자 등을 전 사원이 공유해야 한다는 강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2000년부터 13년 연속 주총 시즌의 스타트 테이프를 끊었다.
국내 다른 타이어 제조회사들이 해외 공장 설립에 집중할 때 넥센타이어는 국내를 고집했다. “한국 기업은 국가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강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경남 창녕에 넥센타이어 제2공장을 설립해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직원 수도 2000년 1313명에서 3418명으로 2.6배 늘었다. 창녕공장을 단일 규모 세계 최대 타이어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게 강 회장의 구상이다.
창녕공장은 올해 300만개 생산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매년 300만~600만개씩 증설해 2018년 연간 2100만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루 6만개씩 만든다. 하루 10만개까지 생산량을 늘리면 창녕공장은 향후 세계 최대 규모의 타이어 생산공장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또 201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장을 통해 20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넥센타이어는 양산공장, 중국 칭다오공장 등을 합쳐 2017년 연산 6000만개의 외형으로 세계 10위권의 타이어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강 회장은 “창녕의 현지 인력을 우선 채용해 취업률과 주민 소득을 높이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주변에 협력사가 오면 일자리는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병중 회장은…
해외서 '타이어 강' 별명, 타이어 전시회 모두 챙겨…공장 오가며 '현장 경영'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별명은 ‘타이어 강’이다. 넥센 임직원들이 아닌 해외 타이어 업계 인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강 회장은 흥아타이어(현 넥센타이어)에서 타이어 튜브와 재생타이어를 생산하던 시절부터 줄곧 각종 타이어 관련 국제 전시회 및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동양의 키 작은 사내가 행사마다 빠짐없이 나타나 이것저것 질문 세례를 퍼붓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외국인들이 그를 ‘타이어 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대에 사업에 뛰어들어 1967년 화물운수 회사 ‘옥정산업’을 창업했다. 일본에서 폐차된 차를 수입해 최대 800대까지 운영했다. 이때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것을 보고 타이어 품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타이어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1973년 흥아타이어공업을 세웠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3년 3월 우성타이어를 인수하며 글로벌 타이어 제조회사로 거듭났다. 40여년 동안 ‘타이어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지금도 강 회장은 건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양산공장과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한 창녕공장을 매주 오가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두르는 법이 없는 게 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다. 결단을 내릴 땐 내리되,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그의 골프 타법이자 좌우명인 ‘천고마비’와 관련이 있다. 천고마비는 ‘천천히, 고개들지 말고, 마음을 비운다’의 줄임말이다. 낮은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공을 쳐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골프 지론이다. 강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생은 골프와 같이 너무 서둘러서도 안 되고 잘났다고 으스대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우성타이어를 인수한 것은 강 회장의 승부수였다. 당시 법정관리를 받던 우성타이어는 많은 부채와 낮은 생산성 문제로 다른 기업들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공장을 둘러본 뒤 성공을 확신하고 인수를 결심했다.
강 회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을 오히려 늘리는 ‘역발상 경영’을 보여줬다. 이에 직원들이 마음을 열었고 회사는 상승세를 탔다.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1999년 1806억원에서 지난해 1조4300억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경영 전략에 힘입어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결과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7000억원.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2조원, 2015년에는 3조원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세계 130여개국에 250여개의 딜러 네트워크를 두고 있다. 미국, 독일, 중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캐나다와 영국, 이탈리아, 호주, 러시아 등지에도 해외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교체용 타이어(RE) 부문에 집중하다 2010년 기아자동차 K5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공급한 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부터는 일본 미쓰비시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 ‘랜서 에볼루션’에 OE를 공급하는 데 이어 이탈리아 피아트 자동차의 OE 타이어 공식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강 회장이 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초고성능(UHP) 타이어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UHP 타이어 시장에서 점유율을 5%로 끌어올려 이 분야 세계 6위에 올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2000년 8%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업계 2위 금호타이어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안정된 노사관계다. 20년 연속 무분규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하고, 회사의 경영 실적, 중장기 계획, 투자 등을 전 사원이 공유해야 한다는 강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2000년부터 13년 연속 주총 시즌의 스타트 테이프를 끊었다.
국내 다른 타이어 제조회사들이 해외 공장 설립에 집중할 때 넥센타이어는 국내를 고집했다. “한국 기업은 국가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강 회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경남 창녕에 넥센타이어 제2공장을 설립해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직원 수도 2000년 1313명에서 3418명으로 2.6배 늘었다. 창녕공장을 단일 규모 세계 최대 타이어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게 강 회장의 구상이다.
창녕공장은 올해 300만개 생산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매년 300만~600만개씩 증설해 2018년 연간 2100만개를 생산할 계획이다. 하루 6만개씩 만든다. 하루 10만개까지 생산량을 늘리면 창녕공장은 향후 세계 최대 규모의 타이어 생산공장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또 2018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이 공장을 통해 2000여명의 신규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넥센타이어는 양산공장, 중국 칭다오공장 등을 합쳐 2017년 연산 6000만개의 외형으로 세계 10위권의 타이어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강 회장은 “창녕의 현지 인력을 우선 채용해 취업률과 주민 소득을 높이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주변에 협력사가 오면 일자리는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병중 회장은…
해외서 '타이어 강' 별명, 타이어 전시회 모두 챙겨…공장 오가며 '현장 경영'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별명은 ‘타이어 강’이다. 넥센 임직원들이 아닌 해외 타이어 업계 인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강 회장은 흥아타이어(현 넥센타이어)에서 타이어 튜브와 재생타이어를 생산하던 시절부터 줄곧 각종 타이어 관련 국제 전시회 및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동양의 키 작은 사내가 행사마다 빠짐없이 나타나 이것저것 질문 세례를 퍼붓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은 외국인들이 그를 ‘타이어 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강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0대에 사업에 뛰어들어 1967년 화물운수 회사 ‘옥정산업’을 창업했다. 일본에서 폐차된 차를 수입해 최대 800대까지 운영했다. 이때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것을 보고 타이어 품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타이어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1973년 흥아타이어공업을 세웠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3년 3월 우성타이어를 인수하며 글로벌 타이어 제조회사로 거듭났다. 40여년 동안 ‘타이어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지금도 강 회장은 건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양산공장과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한 창녕공장을 매주 오가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서두르는 법이 없는 게 강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다. 결단을 내릴 땐 내리되,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그의 골프 타법이자 좌우명인 ‘천고마비’와 관련이 있다. 천고마비는 ‘천천히, 고개들지 말고, 마음을 비운다’의 줄임말이다. 낮은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공을 쳐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골프 지론이다. 강 회장은 직원들에게 “인생은 골프와 같이 너무 서둘러서도 안 되고 잘났다고 으스대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