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학비를 대고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재학생이 올해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1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계약학과 재학생은 1만2274명(105개 대학 426개 학과, 지난 4월 기준)으로 작년보다 9.9% 늘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재교육형 계약학과 재학생은 1만1220명(전년 대비 9.3% 증가)으로 집계됐다.

채용조건형의 재학생 수는 올 들어 1054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채용조건형은 2008년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5개 대학 7개 학과(457명)로 시작했다. 이후 성장세를 지속해 올해 22개 대학 41개 학과로 확대됐다. 신입생 모집 정원은 총 891명이며 대학원 과정이 551명, 학사·전문학사가 340명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학비 지원뿐 아니라 기업 임직원이 교육 과정을 수립할 때나 강의에도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은 개별 회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확보하고 대학은 최신 산업 트렌드를 곧바로 교과 과정 등 교육 현장에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생 입장에선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보조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가장 먼저 채용조건형을 도입한 성균관대는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학사 과정에 만들었다. 또 대학원 과정으로 삼성전자와 IT융합학과, 삼성전기와 이동통신공학과, 삼성물산과 초고층·장대교량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졸업한 218명 중 진학자 20명을 제외한 198명이 해당 기업에 취업했다. 고려대는 나노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모바일솔루션학과(삼성전자), 나노포토닉스공학과(LG이노텍)를 대학원 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는 군과 함께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도 처음 개설됐다. 육군이 고려대(사이버국방학과)와, 해군이 세종대(국방시스템공학) 충남대(해군학과)와 함께 각 30명씩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모두 학사 과정이며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게 된다.

시행 초기여서 문제점도 나타났다. 일부 지역대학들의 계약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해 신입생 선발을 중단하거나 계약학과 운영을 포기한 경우도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대는 작년 제약사들과 제휴를 맺고 정원 10명의 산업제약학과를 개설했지만 까다로운 신입생 선발기준 때문에 학생을 2명밖에 채우지 못했고 올해 학과 운영을 중단했다. 출범 2년째를 맞은 경북대 모바일공학과(정원 30명)와 경남과기대 스포츠산업학과(20명)도 비슷한 사정 때문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 계약학과

대학이 기업이나 국가, 지자체 등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설립하는 특정 분야의 정규 학과.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비를 지원하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채용조건형’과 기업이 직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경비를 부담하면서 교육을 의뢰하는 ‘재교육형’이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