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새벽 2시. 인터넷 방송 서비스 아프리카TV의 인기 BJ(방송자키) A씨가 양념 닭강정을 먹기 시작하자 시청자 수가 4000명을 넘었다. 채팅 창에는 ‘정말 잘 먹는다’ ‘역시 먹방은 A가 최고’ 등 A씨가 먹는 모습에 대한 글들이 쏟아진다. ‘먹방’(사진)이라 불리는 이런 개인 방송이 같은 시간대에 20여개나 된다. A씨는 야식을 먹으면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려는 시청자들이 넘쳐난다. A씨의 방송 채널에는 종종 ‘full(만석)’이라는 표시가 뜬다.

지난달 27일 새벽. 아프리카TV의 인기 BJ B씨는 방송을 하면서 별풍선 16만여개를 선물로 받았다. 별풍선은 싸이월드의 도토리 같은 사이버머니다. 개당 100원. 시청자는 방송을 보면서 BJ에게 별풍선을 선물할 수 있다. 별풍선 선물을 받은 BJ는 70%를 현금으로 받는다. 30%는 아프리카TV를 운영하는 나우콤이 가져간다. 이날 B씨는 몇 시간 만에 1000만원 넘게 번 셈이다.

◆스마트폰 생중계 가능

인터넷 개인 방송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술자리를 생중계하는 방송에 시청자가 몰리고, 그냥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도 인기다. 스마트폰으로 방송 중계·시청이 쉬워지면서 기존 TV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내용을 담은 방송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TV, 짱라이브 등 인터넷 방송서비스에 가입하면 누구나 방송을 하고 시청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카메라로도 생중계가 가능하다. 2만~3만원 정도 하는 컴퓨터용 캠코더를 쓰면 좋은 화질과 음성으로 방송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리는 아프리카TV에는 매일 2500~3000개의 개인 방송 채널이 열린다. 아프리카TV 가입자는 800여만명. 매일 20여만명이 아프리카TV를 시청한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자가 급증했다. 컴퓨터 게임 중계, 프로야구 방송 등에 시청자가 몰린다. 인기 방송은 보통 1만명 이상이 동시에 시청한다.

하지만 개인방송 부문인 ‘보이는 라디오’에서는 개인이 홀로 만들어내는 방송이 인기다.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클럽에서 노는 장면, 편의점에 가는 모습,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행인과 인터뷰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방송할 수 있다.

학창시절부터 아프리카TV를 봤다는 김성주 씨(28)는 “5년 전만 해도 실내에서 가만히 앉아 진행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야외에서 진행하는 방송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인기 BJ는 억대 수입 올려

5년 이상 꾸준히 방송하는 BJ도 있다. 이들은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가요나 팝송 등을 들려주면서 채팅창 시청자들의 글을 보고 이야기한다. 가끔 직접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인기 BJ는 별풍선으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BJ가 지난달 16만개 넘는 별풍선을 하루에 받은 것은 특이한 사례이지만 하루에 수십만~수백만원을 버는 BJ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풍요로워졌지만 동시에 인간 관계는 더욱 메말라가고 있다”며 “먹는 모습 등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방송에 시청자가 몰리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BJ가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방송을 진행하거나 욕설을 한다는 것이다. 별풍선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BJ도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