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4명 동시 퇴임…김능환, 헌재 작심 비판 "대법판결 뒤집어…법치 위기"
김능환 대법관(61·사법연수원 7기)이 10일 퇴임식에서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를 직접 비판했다. 김 대법관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법원 확정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한데 대해 “헌법재판소법을 어기고 이상한 논리로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 한다”며 대법원과 헌재 통합이 필요하다고 직설적으로 주장했다.

김능환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 하지만, 법복을 벗으며 그런 제약에서도 벗어나 제 생각 한두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운을 뗀 뒤 작정한 듯 지난 5월 헌법재판소 결정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법원에서 패소 확정 판결이 난 707억원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반발해 GS칼텍스가 낸 헌법소원에서 당시 헌재는 “법원 판단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원과 상반된 결론을 내 양대 최고 사법기관 간 신경전이 첨예하게 나타났다.

김 대법관은 “사법신뢰와 법치주의 위기의 원인은 법원의 최종적 선언에 따른 분쟁 종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헌재는 어느 날 갑자기 법률이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더라도 불복하는 상황에서 증가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라며 “헌재의 법률 위헌 여부 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한 기관으로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 쪽 관계자는 “김 대법관 퇴임사가 일부 부적절한 부분은 있지만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헌재 관계자는 “김 대법관이 평소에 그런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해도 대법관의 퇴임사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대법원과 헌재의 분리된 기능을 통합할지 여부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인데, 김 대법관의 발언은 민감한 사안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워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서는 대법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김 대법관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와 대법원이 대립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함께 퇴임한 대법관 중 유일한 여성인 전수안 대법관(60·8기)은 퇴임사를 통해 “전체 법관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대법관 성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여성 대법관 증원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박일환 안대희 대법관을 포함해 4인이 함께 퇴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