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무엇보다 정책 메시지가 보수에서 중도로 이동한 게 두드러진다. 2007년 대선 도전 때는 성장과 보수 가치에 방점을 뒀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6월1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5년 내 선진국 도약의 기적’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내놨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며 법질서는 세운다)’는 경제 정책의 중심을 성장에 둔 대표적인 구호다. 박 전 위원장은 “나라의 근본부터 바로 세우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석같은 신념으로 지켜내고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철학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이번 출마 선언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박 전 위원장은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과감하고 단호하게 개입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해 5년 전 ‘시장경제’를 강조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조세 부담에 대한 ‘국민대타협’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줄푸세’와는 상반된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중도로 외연을 넓히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복지 패러다임 속에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지우고 자신을 부각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장 없이 복지와 일자리가 가능하겠느나”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