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아등바등 삶에 누가 침을 뱉으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젊은 작가 8명 기획소설집 '포맷하시겠습니까?' 출간
김애란 김미월 최진영 손홍규….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젊은 소설가들이다. 이들을 포함한 20~30대 작가 8명의 작품을 엮은 소설집《포맷하시겠습니까?》(한겨레출판)가 나왔다. 젊은 소설가들이 같은 세대의 생활을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을 모았다.
이들의 작품에는 갖가지 청춘 군상이 나온다. 김미월 씨의 ‘질문들’ 주인공은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등단의 꿈을 이루려는 작가 지망생. 직장을 다니던 시절 모아놓은 전세 보증금을 빌려달라는 오빠의 부탁에 그러마고 대답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생활이 암담하다.
김애란 씨의 ‘큐티클’에 나오는 인물의 사정은 좀 낫다.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를 오래 할 자신이 없어 외국계 제약회사에 취직한 주인공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자각해간다.
‘부드러운 고급 두부의 조직이 식도를 건드릴 때마다 전에 없던 설렘과 만족이 찾아왔다’는 등의 구절들이 소비에서 자기 존재를 찾기 시작하는 젊은 직장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런 주인공이 느끼는 소비의 궁극은 네일아트였다. ‘손’이 아니라 ‘손의 세부’를 만져주는 손길. 그는 네일아트만은 사치라며 거부해왔지만 고민 끝에 받아본 네일아트는 그에게 안온함을 선물한다.
최진영 씨가 쓴 ‘창’에는 왕따 기질의 소심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끊임 없는 기침을 뱉어도 누구 하나 말 걸어오지 않고, 누구도 밥을 먹자고 하지 않는다. 그는 억울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의 잘못은 딱 하나가 없다는 것. 불행히도 그건 어디 가서 사거나 배울 수도 없었다. ‘눈치’였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20~30대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성공의 문이 너무 좁거나, 취업은 했지만 인간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게 쉽지 않다. 소비를 통해 자아를 찾으며 안정적으로 사회에 순응하는 삶 속에서도 계속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피곤함을 느낀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그간 우리 문학에서 젊은 작가들을 조망하는 방법은 지나치게 작품 자체에 머물러왔다”며 “그들이 작품을 쓰게 만든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이들의 작품에는 갖가지 청춘 군상이 나온다. 김미월 씨의 ‘질문들’ 주인공은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등단의 꿈을 이루려는 작가 지망생. 직장을 다니던 시절 모아놓은 전세 보증금을 빌려달라는 오빠의 부탁에 그러마고 대답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생활이 암담하다.
ADVERTISEMENT
‘부드러운 고급 두부의 조직이 식도를 건드릴 때마다 전에 없던 설렘과 만족이 찾아왔다’는 등의 구절들이 소비에서 자기 존재를 찾기 시작하는 젊은 직장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런 주인공이 느끼는 소비의 궁극은 네일아트였다. ‘손’이 아니라 ‘손의 세부’를 만져주는 손길. 그는 네일아트만은 사치라며 거부해왔지만 고민 끝에 받아본 네일아트는 그에게 안온함을 선물한다.
최진영 씨가 쓴 ‘창’에는 왕따 기질의 소심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끊임 없는 기침을 뱉어도 누구 하나 말 걸어오지 않고, 누구도 밥을 먹자고 하지 않는다. 그는 억울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의 잘못은 딱 하나가 없다는 것. 불행히도 그건 어디 가서 사거나 배울 수도 없었다. ‘눈치’였다.
ADVERTISEMENT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그간 우리 문학에서 젊은 작가들을 조망하는 방법은 지나치게 작품 자체에 머물러왔다”며 “그들이 작품을 쓰게 만든 ‘현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