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9일 오후 1시23분 보도

2010년 전후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던 사모펀드(PEF) 중 상당수가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증시 침체와 경기 부진으로 인수·합병(M&A) 등 각종 딜이 줄었기 때문이다.

9일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책금융공사가 투자한 PEF의 소진율은 10% 안팎에 그치고 있다. 2010년에 투자한 펀드의 소진율도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기금들의 펀드 소진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처를 찾기 힘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규모가 작은 PEF들은 벤처 펀드들이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지분을 사들이는, 이른바 세컨더리 투자를 통해 자금을 소진하고 있지만 수백억~수천억원을 집행해야 하는 대형 펀드들은 덩치 큰 우량 매물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기업은행·하이투자증권 상생펀드다.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 협력사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최근 용현비엠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억원어치를 사들인 게 전부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선업종 불황 때문에 관련 업체들이 신규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보수적 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당분간 신규 투자 매물을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펀드들은 대부분 비슷한 실정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0년 5000억원 규모의 PEF를 조성하며 야심차게 매물 찾기에 나섰지만 지난달 현대오일뱅크에 투자하면서 겨우 소진율 20%를 넘겼다. 미래에셋맵스는 2010년 조성한 3763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 중 1200억여원만 투자했을 뿐 2500억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해외 펀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교적 활발한 투자를 보이는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도 2010년 만든 5500억원 중 4000여억원을 투자하지 못한 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쓸만한 매물에는 PEF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다. 지난달 입찰이 이뤄진 포스코에너지 유상증자에는 국내 5개 PEF가 참여했다. 최근 지분 매각이 진행 중인 LIG넥스원, 교보생명 등에도 국내외 PEF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PEF 관계자는 “초기 PEF들의 해산을 앞두고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나오는 매물들, 주식시장 침체로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나오는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매물 등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