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재벌 때리기’에 나섰다. 당 대표까지 나서 “재벌개혁에 명운을 걸겠다”며 대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9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것은 새누리당과 벌이고 있는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경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9개 경제민주화 법안 중 무려 8개 법안이 대기업집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은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 대부분이 대상이다.

기존 순환출자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되 이후에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신규순환출자는 전면 금지하는 조항은 삼성 현대차 한진 등 15개 대기업집단이 대상이다. 10대 그룹에 한해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 이 기준에 걸리는 곳은 현대중공업과 한화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과 자회사 지분율을 강화한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대상 기업은 SK LG GS 등이다. 이중과세 논란을 낳고 있는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배당금에 대한 과세도 당론으로 확정했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를 9%에서 4%로 낮췄다. 2009년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지분 한도를 4%에서 9%로 늘린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또 경제사범의 경우 형의 3분의 2 이상을 채우지 않거나 집행유예기간 중에는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은 사실상 대기업 총수들을 겨냥했다. 현재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전속고발제도’를 폐지하고, 담합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등 중대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폐지시 민간기업에 대한 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9개 경제민주화 법안 중 소득세법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사실상의 증세 법안으로 꼽힌다. 현재 3억원 초과에 38%를 적용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그 대상을 늘렸다. 부자증세로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총급여 중 4500만원 초과분에 5%를 일괄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율도 1억~1억5000만원은 3%, 1억5000만원 초과분은 1%로 축소해 차등 적용하는 것 역시 세수 증대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도급 불공정과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신규순환출자금지 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이견이 크지 않지만 출총제의 전면 부활과 소득세법 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법안 하나하나에 당장 찬반을 얘기하긴 어렵지만 민주당 법안이 너무 나가 있지 않나 싶다”며 “개별 법안에 대해 당과 상임위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출총제 부활은 경제력 집중 억제에 실효성이 없고 법인 간 배당금 과세는 이중과세 논란과 투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경제적 효과와 장·단점을 놓고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