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9일 나란히 대통령 후보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견제해 왔던 ‘비박 3인방’ 중 두 명이 빠짐에 따라 새누리당의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87년 민주화 이후 4반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정당독재가 미화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는 일이라 생각해 경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1인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 의원은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며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겁고 비통한 심정으로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은 현재 모습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에서는 새누리당 경선이 두 의원의 불참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중량급 인사’들이 대거 경선에 나서는 민주통합당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출(8월20일)은 런던올림픽과 시기가 겹치는 반면, 민주당은 올림픽 이후인 9월23일 후보를 결정한다.

비박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경선을 올림픽 뒤로 미루고 국민참여 비율을 높이는 등의 중재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가 누적돼 마이너스가 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비박 3인방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고심을 거듭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정 의원과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상관없이 당 대선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2일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위원장은 10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조윤선 선거캠프 대변인은 “출마 선언식은 깔끔하고 소박하게 치를 예정”이라며 “현장에서 나눠준 빨간엽서에 시민들이 적은 의견을 박 전 위원장이 읽는 순서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 선언 뒤 지방순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21일 시작되기 때문에 열흘간 5차례 정도 지방 현장을 찾아 대권 도전 이유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대선 공약을 발굴하는 차원에서 일정한 주제를 선정, 이에 맞는 방문지를 택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