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넥서스(사진)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결정을 유예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급심(1심)인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결정을 상급심이 뒤집은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은 상급심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낸 걸까.
○미국 소비자 반발
갤럭시넥서스는 미국 구글과 삼성전자가 협력해 만든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적용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인 ‘아이스크림샌드위치’가 통합검색 부문에서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자 미국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구글 팬들은 인터넷에 해시태그(검색어꼬리표) #boycottapple을 붙인 글을 무더기로 올리면서 ‘애플 보이콧’을 외쳤다.
미국의 한 네티즌은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 말을 인용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애플은 본인들도 훔쳤으면서 그걸 베낀다며 산업계 전체를 제소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OS인 iOS6에 들어가는 음성입력은 안드로이드에서 ‘프로요’(2010년 5월) 때부터 있었다’ ‘아이폰4S에 적용된 알림센터 역시 안드로이드에 먼저 적용됐다’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반면 갤럭시탭 10.1을 판매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많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인지 소비자 반응이 거의 없었다.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애플이 낸 공탁금은 260만달러로 갤럭시 넥서스 공탁금(9560만달러)의 37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세계는 특허전쟁 중
최근 전 세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특허소송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 세계 9개국에서 벌이고 있는 싸움이다. 두 진영은 뚜렷한 승패 없이 지루하게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또 모토로라, HTC 등 구글 진영과 전방위적인 특허소송 대결을 벌이고 있다. 노키아는 HTC와 ‘블랙베리’ 제조사인 RIM을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야후와 페이스북은 광고, 소셜네트워크,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서로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 3월 맞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 소송이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자 모든 특허침해 소송을 취하하고 일련의 특허들을 교차 사용하기로 6일 합의했다.
○특허권 남발은 소비자권리 침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은 기업의 무형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충돌하는 것이 특허 소송이다.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법원의 판결이 달라진다.
문제는 기업들의 R&D에 쓰여야 할 돈이 특허권 매입이나 방어, 소송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노믹스》의 저자 제프 자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 성장이 아닌 소송을 막기 위해 사용한 비용만 무려 180억달러(약 20조원)”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이 지난해 안드로이드 특허 방어를 명분으로 125억달러(약 13조5000억원)를 들여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최근 한국을 찾아 “많은 기업들이 특허 제도에 갇혀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특허권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준욱 특허법인하나 변리사는 “특허 소송을 최근 남발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IT 업계 발전을 막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