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상했는데 식당 주인은 발뺌…잘못된 뉴스 유통 포털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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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닷컴' 만드는 정병철 광고주협회장
사이비 매체 횡포 극심…기업들 피해 입어도 쉬쉬
반론보도 요청 많이받는 언론사 순위 공개할 것
사이비 매체 횡포 극심…기업들 피해 입어도 쉬쉬
반론보도 요청 많이받는 언론사 순위 공개할 것
한국광고주협회가 사이비언론과의 전쟁에 나선다. 악의적 보도로 광고·협찬을 뜯어내는 사이비매체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반론보도닷컴’(www.banronbodo.com)을 만든다. 지난해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 5곳을 선정한 데 이은 또 하나의 반격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 정병철 광고주협회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인 그는 2010년부터 재계 광고주의 권익단체인 광고주협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정 회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반론보도닷컴을 운영하면서 반론보도 요청이 많은 언론사 순위를 발표해 사이비 언론이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비언론의 숙주로 꼽히는 네이버, 다음 등이 ‘유통자인 포털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음식점 주인이 상한 음식을 내놓고 식재료 생산자에게 따지라고 하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론닷컴을 만드는 이유는.
“오죽하면 기업들이 나서겠는가. 사이비 언론의 기업 괴롭히기가 도를 넘었다. 그래서 광고주들이 모여 반론닷컴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사이비언론으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기업들이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경련 회원사 427개사를 조사했더니 응답 기업의 46%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제약업종의 경우 전문 매체가 100개 이상 난립해 있어 대부분의 제약사가 연간 5억원 이상 원치 않는 협찬과 광고를 집행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보복이 두려워 반론닷컴에 적극 참여할 수 있을까.
“반론보도 요청이 많은 언론사 순위 발표 등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기업의 보도자료, 사회공헌 활동, 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뉴스사이트 전환을 목표로 자체 뉴스도 생산할 계획이다.”
▷피해 구제를 위해선 언론중재 제도나 민·형사 소송도 있을 텐데.
“요즘 뉴스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두 시간이면 다 퍼져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은 20여일 소요되며 민·형사 소송은 2년을 넘기기도 한다. 지난 2월 잘못된 보도로 타격을 입었던 채선당 사건이 좋은 예다. 단기적으로는 반론닷컴을 통해 대응하고, 장기 대응이 필요하면 소송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이비언론의 번성 뒤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상당수 인터넷언론사가 명함에 네이버, 다음 제휴 언론이라고 표기하고 영업을 다닌다고 한다. 이 같은 제휴 언론이 네이버는 약 270개, 다음은 약 600개에 달한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베껴도 얼마든지 포털에 오른다.”
▷포털은 뉴스 유통만 담당할 뿐 개별 기사에 대한 책임은 언론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말이 되는가. 음식점 주인이 상한 음식을 제공하고 (항의하면) 식재료 생산자에게 따지라고 하면 안되지 않나. 포털이 책임을 신문사에 떠밀고 지금과 같은 뉴스 유통을 계속하면 사이비언론은 이를 숙주로 계속 클 거다.”
▷광고주협회 차원에서 포털에 요구할 계획은 없나.
“포털도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네이버와 지난해, 다음과 지난 5월 간담회를 가졌다. 다만 광고주협회가 힘이 있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
▷정부도 사이비언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은 50여가지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경제질서에 반하면 규제할 수 있다’는 헌법상의 경제민주화 규정에 의거해서다. 포털이든, 언론이든 국민 감정을 거스르거나 국가 발전을 해칠 경우 규제를 받아야 한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이기도 하다. 잠깐 언급한 경제민주화를 놓고 정치권의 논의가 활발하다.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각살우(뿔을 바로잡다가 소를 잡는다)를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경제민주화는 이미 많이 진행돼 있다. 대기업들은 차등화된 법인세, 소득세를 내며 50여가지 규제를 받는다. 대신 중소기업은 1300여개의 지원을 받는다. 경제민주화는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고 기업이 잘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교각살우를 하면 안 된다. 밖에서 열심히 잘 싸워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게 기업이다.”
▷올해 말 대선이 다가온다. 다음 정부에 바라는 일이 있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고용을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도 과제다. 유럽이 위기지만 독일이 괜찮은 건 재정흑자, 무역흑자 때문이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등으로 재정을 막 쓰면 후세에 큰 짐이 된다.”
◆ 반론보도닷컴
악의적 기사를 써놓고 노골적으로 광고·협찬을 강요하는 사이비 매체에 기업들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국광고주협회 주도로 오는 8월 개설하는 인터넷 사이트. 주소는 www.banronbodo.com. 잘못된 기사, 음해성 보도에 맞서 기업들의 반론, 해명을 싣는다. 반론 외에도 기업들의 보도자료와 사회공헌활동, 기업 오너 일가에 대한 객관적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