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파스크렐 美 연방하원의원 "동해표기 관철될 때까지 나는 계속 편지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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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리포트 - 특파원이 만난 사람
일본해 표기는 일제 잔재, 단독표기 재고해야
위안부 증거는 명백…日, 인정하고 보상 나서야
어른 공경 한국문화 존경, 교민들 뿌리 잃지 말길
일본해 표기는 일제 잔재, 단독표기 재고해야
위안부 증거는 명백…日, 인정하고 보상 나서야
어른 공경 한국문화 존경, 교민들 뿌리 잃지 말길
“커트 캠벨 차관보를 존경하나 동해 병기를 요구하는 편지를 계속 쓸 겁니다.”
빌 파스크렐 미국 연방 하원의원(뉴저지·민주당)을 만난 건 지난 2일. 캠벨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30일 백악관 인터넷 민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일본 열도와 한반도 사이에 있는 수역(동해)을 일본해로 표기하는 미국의 오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답변문을 올린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의 시민참여센터(옛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파스크렐 의원은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예답게 거침없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동해 병기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지명위원회(USBGN)에 “아시아 본토와 일본 열도 사이 바다의 명칭을 일본해로 정한 건 일본의 식민지배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던 그다. 5월에는 일본 정치인들이 철거 로비를 벌여 유명해진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참배하기도 했다.
그의 행동은 한인 밀집지역인 뉴저지 주 8지역구 후보를 가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는 오는 11월 의회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하다. 교민사회의 기대는 크다. 그는 지역구를 위해 당의 방침도 저버릴 만큼 물불을 안가리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교민들은 크고 작은 민원부터 위안부·동해 병기 등 국제적인 이슈에 이르기까지 워싱턴에서 한인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거물 정치인을 갖게 된 셈이다.
▶캠벨 차관보의 일본해 단독 표기 고수 입장을 어떻게 보나.
“캠벨 차관보를 존경하지만 지난 4월 지명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던 때의 내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서한을 보낼 생각이다. 나는 국제단체가 바다에 이름을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이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충분히 국제이슈를 만들 수 있다.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지명 논란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수집할 수 있고, 한 나라가 원하는 지명을 사용할 권리에 대한 입법 사례들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인들의 시민참여센터가 이번엔 유엔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려 하는데 지지하나.
“그렇다. 2007년 하원을 통과한 일본부 위안부 결의안에 나도 찬성했다. 5월 팰리세이즈파크의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했을 때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도 5년 전이나 두 달 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삼았다는) 증거는 명백하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서한을 보내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나는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치유와 화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기림비 철거 로비를 벌였다.
“제임스 로툰도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로툰도 시장은 뉴저지를 방문한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중의원 등 일본 정치인들의 기림비 철거 요구에 ‘기림비는 한국인들이 세운 것이 아니라 미국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졌다’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물론 일본 정치인들은 로비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다.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떤 기준으로 입장을 정하나.
“누가 내 편인가를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해서는 안 되며, 옳다고 판단되는 것을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 나는 뉴저지의 남부 패터슨시에서 자랐다. 유대인과 아랍 커뮤니티가 함께 모여 사는 곳이다. 미국 정치인으로서 두 커뮤니티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은 ‘불법이민 의심자를 검문하고 추방까지 할 수 있다’는 애리조나 주 이민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이들이 왜 아버지의 죗값을 치러야 하느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 ‘식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있지만 언제나 당신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다’는 (이민 국가로서의) 정신은 미국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었다.”
▶한국 교민사회에 줄 조언이 있다면.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를 경험한 적이 없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한국 문화를 존경한다. 그들이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고 어른을 존경한다는 점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계속 그런 문화를 유지해나갔으면 한다. 왜냐하면 미국인들도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화된다고 하더라도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 한인 유권자들이 나에게 쉽게 다가서고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 파스크렐 의원은…
1997년부터 뉴저지 주 8지역구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해왔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철도 노동자였다. 형제들 중 유일한 대학 졸업자인 그는 뉴욕 포담대를 졸업하고 14년 동안 패터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7년 뉴저지주 하원의원을 거쳐 1990년 패터슨시 시장에 당선됐다. 1996년 당시 뉴저지 주 패세익카운티 하원의원이었던 공화당의 빌 마티니에 도전해 당선,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빌 파스크렐 미국 연방 하원의원(뉴저지·민주당)을 만난 건 지난 2일. 캠벨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달 30일 백악관 인터넷 민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일본 열도와 한반도 사이에 있는 수역(동해)을 일본해로 표기하는 미국의 오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답변문을 올린 지 이틀이 지난 후였다.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의 시민참여센터(옛 한인유권자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파스크렐 의원은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예답게 거침없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동해 병기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지명위원회(USBGN)에 “아시아 본토와 일본 열도 사이 바다의 명칭을 일본해로 정한 건 일본의 식민지배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던 그다. 5월에는 일본 정치인들이 철거 로비를 벌여 유명해진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참배하기도 했다.
그의 행동은 한인 밀집지역인 뉴저지 주 8지역구 후보를 가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는 오는 11월 의회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하다. 교민사회의 기대는 크다. 그는 지역구를 위해 당의 방침도 저버릴 만큼 물불을 안가리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교민들은 크고 작은 민원부터 위안부·동해 병기 등 국제적인 이슈에 이르기까지 워싱턴에서 한인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거물 정치인을 갖게 된 셈이다.
▶캠벨 차관보의 일본해 단독 표기 고수 입장을 어떻게 보나.
“캠벨 차관보를 존경하지만 지난 4월 지명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던 때의 내 마음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서한을 보낼 생각이다. 나는 국제단체가 바다에 이름을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이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충분히 국제이슈를 만들 수 있다.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지명 논란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수집할 수 있고, 한 나라가 원하는 지명을 사용할 권리에 대한 입법 사례들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인들의 시민참여센터가 이번엔 유엔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려 하는데 지지하나.
“그렇다. 2007년 하원을 통과한 일본부 위안부 결의안에 나도 찬성했다. 5월 팰리세이즈파크의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했을 때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도 5년 전이나 두 달 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를 성적 노예로 삼았다는) 증거는 명백하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서한을 보내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나는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치유와 화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
▶일본 정치인들이 기림비 철거 로비를 벌였다.
“제임스 로툰도 팰리세이즈파크 시장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로툰도 시장은 뉴저지를 방문한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중의원 등 일본 정치인들의 기림비 철거 요구에 ‘기림비는 한국인들이 세운 것이 아니라 미국 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졌다’며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물론 일본 정치인들은 로비를 할 수 있는 법적인 권리가 있다.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옳지 않다. 나는 그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떤 기준으로 입장을 정하나.
“누가 내 편인가를 생각해서 결정하지 않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해서는 안 되며, 옳다고 판단되는 것을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 나는 뉴저지의 남부 패터슨시에서 자랐다. 유대인과 아랍 커뮤니티가 함께 모여 사는 곳이다. 미국 정치인으로서 두 커뮤니티 사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은 ‘불법이민 의심자를 검문하고 추방까지 할 수 있다’는 애리조나 주 이민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아이들이 왜 아버지의 죗값을 치러야 하느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 ‘식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있지만 언제나 당신을 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다’는 (이민 국가로서의) 정신은 미국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었다.”
▶한국 교민사회에 줄 조언이 있다면.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구를 경험한 적이 없다.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나는 한국 문화를 존경한다. 그들이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고 어른을 존경한다는 점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계속 그런 문화를 유지해나갔으면 한다. 왜냐하면 미국인들도 한국 문화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화된다고 하더라도 뿌리를 잊으면 안 된다. 앞으로 한인 유권자들이 나에게 쉽게 다가서고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 파스크렐 의원은…
1997년부터 뉴저지 주 8지역구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재직해왔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는 철도 노동자였다. 형제들 중 유일한 대학 졸업자인 그는 뉴욕 포담대를 졸업하고 14년 동안 패터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7년 뉴저지주 하원의원을 거쳐 1990년 패터슨시 시장에 당선됐다. 1996년 당시 뉴저지 주 패세익카운티 하원의원이었던 공화당의 빌 마티니에 도전해 당선,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