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지원에 예비비까지 동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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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무상보육 '평행선'
새누리 "정부가 무조건 책임지고 해결을"
정부 "예비비 원칙적으론 안돼…법 개정해야"
새누리 "정부가 무조건 책임지고 해결을"
정부 "예비비 원칙적으론 안돼…법 개정해야"
무상보육 지원을 둘러싼 당정 간 입장차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5일 지방재정 고갈로 보육중단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예비비까지 동원해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의 부족을 중앙정부가 메워주는 선례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여당의 압박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여당, 예비비 투입해 해결
여권 관계자들은 5일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인 영아 무상보육이 예산부족으로 4개월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한 만큼 올해 예산 부족분에 대해 예비비 투입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생에 직결된 이 문제를 방치하고서는 12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국가 비상예산인 예비비까지 동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금명간 당정협의를 거쳐 예비비 투입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기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루빨리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 시점에서 필요한 추가 예산수요는 지자체 6200억원, 정부 2400억원 등 8000억원 정도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지자체들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이자를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예비비 집행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이날 “조금 더 시간 여유를 갖고 다음주까지 해결이 안 되면 당이 개입할 수 있다”며 “예비비 투입도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보육비의 지자체 지원을 위해 예비비까지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다만 당정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발언은 삼가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재정법과 보조금 관련 법률에 따라 보육을 위한 지방재정 지원 비율은 절반을 넘을 수 없다”며 “예비비를 쓰려면 관련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책정한 예비비는 2조4000억원으로 이 중 절반인 1조2000억원은 재해대책 등 목적 예비비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이 사안이 예비비를 쓸 정도로 국가적 재난상황인지 의문”이라며 “지자체도 예산 전용이 가능하고 자체 예비비도 갖고 있는 만큼 무조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내년 이후 지원대상 놓고도 이견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 이후 지원 대상을 놓고 여전히 당정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예산부족과 보육정책의 합리성 등을 이유로 내년부터는 보육지원 대상을 소득수준에 따라 선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올해 소득하위 15%에 최대 20만원씩 주고 있는 가정양육수당을 인상시켜 무상보육과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이 최근 “재벌가 손자에게 주는 보육비를 줄여서 양육수당을 차상위 계층에 더 주는 것이 사회 정의에 맞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여당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 계층에 대한 무상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에도 이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진 위원장은 “내년에도 누리과정(의무교육)이 적용되는 3~4세는 물론 0~2세까지 전 계층 무상보육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이후 전면 무상보육을 할 것이냐, 선별지원을 할 것이냐는 당정 간의 협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올 12월 예정된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복지공약을 걸고 국민의 판단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임기가 끝나는 현 정부가 내년도 복지정책 방향까지 내놓고 여당과 협의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심기/도병욱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