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정부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에 주요 국정 현안들을 다음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국정은 릴레이와 같다며 바통을 넘길 때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맞선다. 여당의 이 같은 태도는 묵은 과제는 모두 털고가라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의 요구는 한마디로 현 정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존 사업이나 챙기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말라는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로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FX) 기종 선정, 인천공항공사 지분(49%) 매각, KTX 경쟁체제 도입, 우리금융지주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런 일에 대못을 박았다가 자칫 표만 떨어질 것이란 걱정이다. 사실 인천공항공사 지분매각 같은 것은 왜 지금 해야 하는지 공감대가 별로 없다. 한 해에 3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고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초우량 공기업이다. 국부 유출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저지르고 나면 되돌리기 힘든 이런 일들은 분명 조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방법론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것은 대통령 임기 마지막날이라도 처리해야 하는 국정 과제다. 건전재정을 위한 갖가지 노력도 마찬가지다.

골치 아픈 현안은 무조건 대선 뒤로 미루고 보자는 새누리당의 태도 역시 온당치 않다. 어떻게든 표를 얻어 정권을 잡겠다는 편의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단순히 반발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정부 정책을 뒤집으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반값등록금에 양육수당 확대를 위한 예산배정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비겁한 자세로 대선에서 승리한들 국정을 책임있게 끌고 간다는 보장이 없다. 새누리당은 어떤 국정철학과 가치를 추구하는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정당이 이념과 원칙을 잃고 나면 그때부터는 정상배와 다를 게 없게 된다. 새누리당은 과연 무엇을 위해 현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려 하는 것인가. 표를 얻으려고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국정에 하루라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만 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