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김선권(45)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08년 4월 1호점을 연지 3년이 채 안 된 2010년 10월에 점포수 기준 스타벅스를 넘어섰고, 4년이 지난 현재 800호점을 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연 그 비결은 뭘까. 지난달 29일 저녁 카페베네의 제2 브랜드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이화여대 앞 직영점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커피 이외 와플, 젤라또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메뉴개발, 편안한 유럽풍 빈티지 인테리어, 스타 연예인을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2030 여성들에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이 급성장 요인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는 늘 배가 고프다. 너무 배가 고파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카페베네가 연구개발 및 마케팅, 점포확장 및 브랜드개발, 인재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잉투자가 재무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지 묻자 “지난 1년간 카페베네 뉴욕 타임스스퀘어 직영점 하나에만 850만불을 투자했다”며 “재무상태가 그리 녹록치 않지만, 글로벌 기업이 될 때까지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

좀 된다고 투자를 멈추면 돈은 벌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성장은 할 수 없고, 글로벌 브랜드는 더더욱 될 수 없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계속 투자를 해 고비를 넘겨야 진정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카페베네는 작년 11월, 제2 브랜드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론칭해 40개의 점포를 오픈했다. 1년 전부터 최고의 전문가를 뽑아 메뉴구성, 인테리어,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등을 철저히 준비하고 내세운 브랜드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이탈리아 음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라면 그것을 현지화 해서 역수출하는 방법도 통하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다”고 전했다.

‘블랙스미스’라는 이름은 쇠를 벼리던 대장장이의 장인정신을 21세기 키친 장인들이 이어받는다는 의미로 지었다. 김 대표는 기존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아늑한 실내분위기를 내세운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는 점에 착안해 전혀 다른 길을 모색했다.

화덕에 피자를 올려서 구워먹기도 하는 대장장이의 작업공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투박하고 거친 인더스트리얼 빈티지로 인테리어 컨셉트를 잡고, 기능 위주의 단순한 디자인을 택했다. 즉 일상적이고 편안한 공간에서 이탈리아 본고장의 맛을 재현해보이겠다는 것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맹사업화 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본사에서 얼마나 숙련된 조리사를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였다.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대기업 직영점 위주로 운영돼 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점에 착안, 작년 12월, 국내 최고의 강사진으로 구성된 이탈리아 요리전문 셰프와 매니저 교육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교육생들을 블랙스미스 가맹점에 파견하고 있다.

그는 “본사는 가맹점이 안정될 때까지 숙련된 셰프와 매니저를 파견 할 것”이라며 “교육 아카데미의 활성화를 통해 청년 일자리창출에 기여하고, 해외진출 시에도 우리의 인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본사 연구개발팀이 조리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개발한 레시피 매뉴얼은 일정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매뉴얼에 따라 손쉽게 이탈리아 정통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함으로써 통상 인건비의 15%를 절감할 수 있게 했다. 블랙스미스의 주 메뉴는 파스타, 피자, 라이스&리조또, 그릴 등이고 기타 세트 메뉴와 디저트, 샐러드, 수프 등을 비롯해 커피와 음료, 주류 일체를 제공한다.



김 대표는 정통 이탈리안 음식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퓨전 이탈리언 음식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독자 개발한 퓨전 이탈리안 음식으로 향후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산이 숨어 있다. 특히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만든 ‘누룽지 파스타’ 등의 메뉴는 중장년층의 입맛을 공략했다.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도록 한 오픈키친 시스템과 화덕 시스템도 블랙스미스만의 특징이다.

전남 장성의 가난한 농부의 9남매 중 일곱번째로 태어난 그는 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중학교 때 비오는 날 논일 나가는 홀어머니 비옷을 사드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젊은 시절 온갖 고생을 한 끝에 카페베네와 블랙스미스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그는 이에 멈추지 않고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올해를 그 원년으로 삼고 있다.

뉴욕진출에 이어 지난 4월 30일에는 중국 베이징 3곳에 카페베네 매장을 동시 오픈했다. 이 외에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6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도 진출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해외여행을 할 때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듯이 전 세계에 퍼져있는 ‘카페베네, 블랙스미스’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자칫 위험해 보이지만 그 속에 진정한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깃들어 있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김선권 대표의 꿈이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