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3일 오전 5시49분 보도

코스닥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알짜기업들이 갑작스럽게 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코스닥시장 자진 상폐 기업은 6곳에 불과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4곳이 시장을 떠나기로 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증시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거의 없어 비상장사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앞으로도 시장을 등지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스닥 자진 상폐 4곳 진행 중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웨스테이트를 시작으로 넥스콘테크 티브로드한빛방송 티브로드도봉강북방송 등 4개사가 최근 한 달 사이 자진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 절차를 밟고 있다. 2006년 이후 자진 상장폐지 기업은 6곳에 머물렀지만 지난달부터 갑자기 늘고 있다.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증시를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분석이다. 비상장사로 전환해 상장유지 비용을 아끼고 소액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 상장폐지에 나선다는 것이 해당 기업들의 설명이다.

이번 태광 계열 티브로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나 팔레스호텔을 운영하는 웨스테이트 등은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시장의 외면을 받은 곳들로 분류된다. 티브로드한빛방송은 지난 1분기 매출 378억원에 영업이익 134억원을 냈지만 하루 거래량은 수백 주에 불과했다.

사모투자펀드(PEF)나 외국계 투자자가 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증시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HK저축은행이나 한앤파트너스가 인수한 코웰이홀딩스 등이 PEF 뜻에 따라 증시를 떠난 사례다. 넥스콘테크도 현 경영진이 일본 PEF인 유니슨캐피털과 손을 잡으면서 자진 상폐를 결정했다. 에스디 씨디네트웍스 아이레보 등은 외국계에 인수되면서 시장을 떠났다.

PEF 관계자는 “사모펀드나 외국계 입장에선 투자기업의 100% 지분을 확보하고 상장폐지 시키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배당 등 투자회수에 나서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침대·데코네티션 등 거론

증권가에선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안정적 이익을 내면서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기업들이 잠재적인 자진 상폐 가능 기업으로 거론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영업이익을 내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70%를 넘고 △최근 5년간 시장에서 공모로 자금조달을 한 적이 없는 기업들로는 유가증권시장의 BYC 삼립식품 이연제약, 코스닥시장의 한국정보통신 에이스침대 엠에스씨 지에스이 데코네티션 삼보산업 대동금속 등이 꼽힌다.

에이스침대는 대주주인 안성호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이 지분 79.88%를 보유하고 있지만 근래 자금조달에 나선 적이 없다. 지난 1분기에 매출 457억원, 영업이익 111억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다.

데코네티션은 기업공개(IPO)를 꺼리는 이랜드 계열이어서 자진 상폐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랜드월드 측은 지난주 데코네티션 자사주 108만주(2.9%)까지 추가로 매수해 지분율을 78.29%로 늘렸다.

한국정보통신도 분기 영업이익 50억원 이상을 거두고 있는 데다 대주주 지분율이 85%에 육박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개인 대주주일 경우에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PEF나 외국계 투자자 등 전략적 파트너가 나타나면 상장폐지를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